서울 영등포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던 A씨는 점포 계약 만료가 11월임에도 불구하고 이달 초 폐업했다. 김 가격이 1년만에 30% 이상 비싸진 데다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마저 올랐지만, 김밥 가격을 올리지 못해 14개월 간 적자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김밥 비수기인 겨울을 앞두고 더 이상 적자 폭이 커지기 전 영업을 정리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김 가격이 하루가 멀다하고 오른 데다 당근, 오이, 우엉, 단무지, 시금치, 어묵 등 재료 값이 상승하며 김밥 원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김밥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폐업에 내몰리는 추세다.
30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전국 김밥 매장 중 장사를 포기하고 내놓은 점포는 184곳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분식 프랜차이즈까지 더해질 경우 매물 수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새로운 주인을 찾는 김밥집이 증가하는 것은 원부재료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김 가격은 10장 기준 지난해 988원에서 1363원으로 38.0% 올랐다. 김밥에 주로 사용하는 재료인 당근은 1㎏에 6254원에서 7475원으로 19.5%가, 오이는 10개에 1만3157원에서 1만4607원으로 11.0%가 비싸졌다. 가게에서 납품받는 우엉 평균 가격도 중국산 기준 1㎏에 5000원에 육박했다. 늘어난 배달비도 부담이어서 일부 가게들은 배달 최소 주문을 3만원으로 올리거나 식사 시간에는 배달 주문을 받지 않는 등 운영을 조정하고 있다.
결국 김밥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지역의 김밥 가격은 3485원으로 1년 전(3215원)보다 8.4% 상승했다.
그러나 실제 한 끼 식사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대용품으로 자리 잡은 김밥은 가격인상에 민감한 식품이다. 최근에는 편의점에서 1000원대에 김밥을 판매하고 있는 터라 가격을 완전히 올리기는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김밥 특성 상 재료 준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가격 저항선으로 인해 비싸게 받을 수가 없는 식품”이라며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먹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는 김밥 대신 떡볶이, 라면 등 다른 메뉴를 늘리거나 비교적 높은 가격도 허용되는 크림치즈김밥, 후토마키, 키토김밥 등을 개발해 판매하기도 한다.
이에 김밥 프랜차이즈 실적도 감소하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김밥 프랜차이즈 매출은 직전해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났거나 적자로 전환한 곳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김밥 프랜차이즈 김밥천국은 작년 매출액이 2억2950만원으로 전년(1억6700만원)보다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82만원에서 440만원으로 72.2%가 감소했다. 얌샘김밥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182억원)과 비슷한 184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1억1700만원에서 7500만원으로 급감했다.
상대적으로 고급 김밥을 파는 바르다김선생은 매출이 233억원에서 208억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당기순손실은 7억원을 기록했고, 점포 수는 2년 만에 25개가 줄어 125개로 집계됐다. 나드리김밥은 3년 내내 적자를 기록했고, 신포우리만두 역시 매출은 80억원대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3억8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47.4%가 줄었다. 전체 김밥집 개수는 통계청 추산 2021년 4만8898개에서 1년 만에 4만6639개로 4.6%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