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구청은 인파 해산 권한 없다"…‘이태원 참사’ 용산구청장 무죄

[이임재 전 서장 금고 3년·박희영 구청장 무죄]

업무상과실치사상 인정 여부에 '경찰' '행정' 희비

재판부, 이 전 용산서장 '사고 예견 가능성' 인정

박 구청장 대해선 "구체적 주의의무 없다" 판단

유가족, 선고 이후 "이런 일이 있느냐" 오열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30일 오후 1심 선고 재판이 열린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30일 오후 1심 선고 재판이 열린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한 1심 선고가 30일 나란히 이뤄진 가운데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렸다. 당시 각각 치안과 행정 핵심 담당자로서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작성·행사라는 동일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 전 서장은 금고 3년, 박 구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도 두 사람에게 모두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가 박 구청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업무상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작성·행사,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강제노역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징역형과 다르다. 같이 재판에 넘겨진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박인혁 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 역시 각각 금고 2년,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이날 오후 3시 30분 열린 용산구청 관계자 4인 재판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기소된 박 구청장에 이어 나머지 3인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박 구청장은 이날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구청장직 상실을 면하게 됐다.

관련기사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인정 여부가 두 사람의 희비를 갈랐다. 재판부는 이날 이 전 서장에 대해 “대형 참사 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추락 등 안전사고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며 “핼러윈 축제 현장에서 인파 위험성 등 정보 수집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사고 당일 현장에 정보관을 배치하지 않는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허위공문서작성·행사와 위증 혐의는 “직접적인 근거가 없다”며 무죄 판단했다.

앞서 이 전 서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경찰관 모두가 사전에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식 못했다”며 핵심 요건인 ‘사고 예견 가능성’이 충족되지 않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서장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을 보호하기 위해 보석을 취소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이 전 서장은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박 구청장에 대해서는 핼러윈 행사 안전관리와 관련한 행정기관의 수정·변경 권한이 없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정기관에서 사전에 특정 장소로의 인파 유입을 통제하거나 밀집 군중을 분산 해산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수권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업무상 주의의무는 자치구의 추상적 주의의무에 해당할 뿐 피고인들의 구체적 주의의무를 규정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참사 당일 구청장의 현장 도착 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와 관련해서도 “피고인이 허위로 작성하라거나 기자들에게 배포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없다”며 무죄 판단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 선고 결과를 기다리던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박 전 용산구청장이 무죄를 선고받자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느냐”며 오열하며 검찰의 항소를 촉구했다. 앞서 이 전 서장의 선고 결과에 대해서는 “유가족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검찰의 항소를 촉구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당연한 결과”라는 논평을 내놓은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반응이다.

이 전 서장은 선고 후 “죄송하고 또 죄송스럽다”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박 구청장은 선고 직후 얼굴을 가린 채 사설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별도 발언 없이 법원을 빠져나갔다. 묵묵부답에 분노한 유가족들이 주먹으로 박 구청장이 탄 차를 치는 등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다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