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최근 무인 주문 시스템 한 달 수수료로 62만 5000원이 나온 사실을 알고는 화들짝 놀랐다. 김 씨는 보통 2500만 원의 신용카드 매출 수수료로 12만 5000원 정도를 지불해왔는데 테이블오더 시스템 도입으로 50만 원이나 더 내게 된 것이다. 김 씨는 “인건비가 너무 비싸 무인 주문기를 들였는데 수수료가 이렇게 비쌀 줄은 미처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야놀자와 배달의민족 등 대형 플랫폼사까지 가세하면서 테이블오더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일부 무인 주문기에 적용되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의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급격히 오른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고자 테이블오더를 도입했다가 수수료 폭탄을 맞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제 맘대로 요율’을 왜 제어하지 않는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식 업체의 무인 주문기 사용 비중은 2019년 1.5%에서 지난해 7.8%로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피자·햄버거 판매점의 사용 비중이 지난해 23.6%를 기록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간이 음식 포장 판매점 20.2%, 음료 판매점 15.9%, 기관 구내식당 14.7% 순으로 높았다.
대형 외식 브랜드뿐 아니라 소상공인의 테이블오더 도입도 늘고 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기부가 5년간 소상공인에게 보급한 무인 주문기 누적 대수는 3만 9000대에 달한다. 중기부는 2020년부터 소상공인의 테이블오더 구매 비용의 70%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325억 원이 반영돼 있다.
배민 등 대형 플랫폼사가 테이블오더 시장에 뛰어들면서 무인 주문기 보급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PG사를 사용하는 일부 테이블오더의 결제 수수료율이 신용카드사의 수수료율에 비해 높게 책정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연 매출에 따라 0.5~1.5%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PG사와 가맹점 개별 계약에 따라 책정되는 PG 수수료 요율은 일반적으로 0.8%에서 2.5%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2.5%가 넘는 수수료율을 책정하기도 한다. 전자금융거래법이 PG사 수수료와 관련해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와 가맹점 사이에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부가가치통신망(VAN)사와 PG사로 나뉜다. VAN사와 PG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결제 데이터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같지만 PG사의 경우 카드사로부터 매출 대금을 받아 가맹점에 일괄 정산해주는 부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VAN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만 내면 되는 이유는 VAN사의 경우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서다.
그럼에도 테이블오더에 적용되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VAN사 요율인지, PG사 요율인지는 이용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자 자영업자 커뮤니티 등에는 PG사에 연결된 테이블오더를 도입했다가 2배에 달하는 수수료를 물었다는 등의 피해 사례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 공급계약서와 결제 서비스 이용계약서 등이 섞여 있으면 꼼꼼하게 살피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특히 고령의 업주 등은 직원의 말만 듣고 서명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중기부는 PG사 수수료율 제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제 수수료와 관련해 입장을 묻는 김 의원의 질의에 중기부는 “소상공인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PG 수수료도 산정 체계를 VAN처럼 관리해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없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금융위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향후 PG사의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금융위와 협의해 너무 높은 PG 수수료를 요구하는 업체가 없도록 하고 미등록 PG사에 대한 단속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PG 수수료율 제도화에 대해 금융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 의원이 PG사 수수료와 관련해 입장을 묻자 금융위는 “현행법상 금융 당국이 PG사의 결제 대행 수수료율 적용 범위를 설정할 수 있는 규제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며 "결제 대행 수수료에 대한 개입 근거를 마련하는 제도의 도입은 시장 원리, 규제의 가능성, PG 산업 현황, 핀테크 활성화 정책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무인 주문기가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중기부는 소상공인의 테이블오더 등 수수료 문제에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금융위 등 유관기관과 협조를 통해 일부 기기의 높은 수수료를 완화하는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