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는 우리나라 e커머스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금 부각시켰다. 한때 소셜 커머스의 선두 주자로 빠르게 성장한 두 회사가 위기를 맞이한 것은 단순한 경영 실패를 넘어 ‘폰지’를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플랫폼 제도의 흠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폰지, 우리말로 ‘다단계 사기’는 실제로는 아무런 이윤을 창출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투자자들의 돈을 이용해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고 남은 투자금을 가로채는 사기 수법이다. 종종 폰지 수법은 고속 성장을 위해서 단기간 내에 많은 자금을 끌어오고 그 돈으로 혁신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고위험 ‘투자’와 헷갈리기도 한다.
티메프는 관련 물류 회사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해외 e커머스 업체 인수와 매출 확대 등의 시도를 했지만 충분한 투자를 받지 못했다. 결국 입점 업체들에 정산해줘야 할 판매 대금을 유용하고 이를 메우려고 상품권을 연이어 할인 판매하는 ‘폰지’ 행위까지 하게 됐다.
지금 시장에서 소위 잘나가는 대형 e커머스 회사들도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티메프처럼 ‘폰지’ 사기 행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앞으로 생겨날 새로운 e커머스 회사들 또한 마찬가지다. e커머스 회사가 판매자에게 판매 대금을 일정 기간 내에 정산하게 하고 판매 대금을 회사 자금과 별도로 관리하게 하는 등의 법적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재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소수 대형 업체가 지배하고 중소 플랫폼은 생존도 어려운 상황이다. 강력한 규제들이 일시에 도입되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후발 주자들부터 시장에서 사라지게 돼 e커머스 생태계 전체가 선두 업체에 의해 독과점될 가능성이 높다. 상품 판매 대금 정산 기간을 급격히 단축하거나 판매 대금의 100%를 별도 관리하게 한다면 당장 많은 e커머스 업체들이 경영 위기에 처할 우려가 높고 장기적으로 e커머스 산업의 발전 자체가 저해될 것이다.
얼마 전 관련 규제가 전혀 없는 현 상황을 고려해 앞으로는 판매 대금 별도 관리 비율을 50% 이상으로 강제하는 등의 내용으로 법안을 제출했다. 정산 기간 법제화, 판매 대금의 별도 관리 등에 찬성하면서 구체적인 수치 등에 나름 세밀한 주의를 기울였다. 티메프 사태는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나라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대형 플랫폼의 독점 폐해와 중소 상공인의 종속, 소비자 피해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비자 보호와 함께 시장의 자율성과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낼 묘수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