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손

백무산





예전엔 얼굴을 보아 알겠더니



요즘엔 뒤를 보아 알겠네

예전엔 말을 들어 알겠더니



요즘엔 침묵을 보아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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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눈을 보아 알겠더니

요즘엔 손을 보아 알겠네

그래요. 얼굴과 말과 눈은 앞세우는 것이고, 뒤와 침묵과 손은 뒤따르는 것이지요. 앞이 큰소리치는 것들이라면, 뒤는 묵묵히 약속을 수행하는 것들이지요. 예전엔 얼마나 많은 웃음에 속고, 얼마나 많은 말들에 솔깃하고, 얼마나 많은 눈빛들에 헛된 믿음을 보였던 것인가요. 요즘에 터득한 지혜에 감탄하면서도, 마음 한 켠 서글픈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왜 우리는 진열된 과일을 하나씩 뒤집어보고서야 사게 된 걸까요. 요즘엔 일꾼의 손도, 백수의 손도 하얗기만 하군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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