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폐쇄회로(CC)TV로 널리 사용되는 중국산 IP캠(인터넷 카메라)의 80% 이상이 해킹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킹된 영상은 중국 음란사이트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주간조선은 중국산 IP캠이 설치된 일반 가정집과 업소, 병원 등 국내 거의 모든 공공장소가 이 같은 문제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한 음란사이트에는 필라테스 및 폴댄스 스튜디오는 물론 룸카페, 코인노래방, 산부인과 분만실, 공간대여 파티룸, 의류매장, 펜션 수영장, 왁싱숍, 피부 마사지숍 등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방문하면서도 신체가 노출될 수 있는 공간들을 찍은 영상이 다수 올라가 있었다.
지난달 26일 기준 해당 사이트에서 구체적 지역, 날짜,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약 800개의 IP캠 해킹 영상이 공개돼 있었다. 이중 ‘한국인’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영상은 약 500개에 달했다.
한 식당의 탈의실을 찍은 영상에는 출퇴근 시 옷을 갈아입는 여성들이 찍혀있었다. 특히 유니폼에 적힌 지점 이름이 선명하게 노출돼 가게 위치를 특정 가능할 수도 있었다.
또 중국 해커는 IP캠을 통해 한 가정집에서 알몸 상태로 있던 남녀를 들여다보고 고의적으로 기계음을 내 이들이 캠을 들여다보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가정집에서 쓰이는 IP캠은 '펫캠', '베이비캠' 등의 이름으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피촬영자와 사용자가 서로 음성을 주고받는 기능이 장착된 경우도 많아서 해커가 임의적으로 소리를 낼 수도 있다.
해당 음란사이트에는 IP캠을 통해 일회성이 아닌 특정 대상을 꾸준히 관찰해 개인의 사생활 중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한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영상의 제목이나 설명란에는 '금요일 밤 11시경 퇴근한 후', '6개월 전의 여자 친구와는 다른 여성과', '아내가 다녀간 30분 후에'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전문가들은 IP캠 초기 아이디, 비밀번호, 서버 세팅 설정 변경 및 업데이트를 자주 해주고 국산 인증 제품을 쓰는 등 해킹 피해를 줄이기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중국의 음란물 사이트에 중국산 IP 캠으로 찍은 한국인들의 동영상이 해킹되어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며 "전 국가적인 철저한 대책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 탈의실뿐 아니라 수영장, 노래방, 가정집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영상이 올라와 있다"며 "국민 누구나, 어디서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안 의원은 "연결된 IP 주소와 제조사 정보만 알면 1분도 안 걸려 해킹될 정도로 보안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용자가 모르고 있다"며 "IP 캠뿐 아니라 AI 스피커 등 인터넷으로 연결된 영상 및 통신 장비도 위험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즉시 대응해야 한다"며 "먼저 IP 캠의 보안 위험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보안 인증 강화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해킹과 영상 유출 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딥페이크와 마찬가지로 음란물 사이트 접속 차단 등 강력하게 조치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국가 안보 측면에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비대칭 전력인 사이버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