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갤탭서 '파티룸 모드' 누르자…거실 조명 바뀌고 TV선 뮤비 켜졌다

■ 삼성전자-애슐리퍼니처 플래그십 매장 가보니

코스트코 규모 매장 내 전자-가구 결합한 공간 제시

태블릿 버튼 하나에 조명·음향·화면·커튼 등 조작

분위기 넘어 공간 용도 전환…스마트홈 선보여

5년 뒤 시장 약 두배 성장 전망 ‘美 공략 박차’

2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브렌트우드에 있는 ‘삼성 스마트싱스 홈 앳 에쉴리’에서 에쉴리퍼니처 직원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기술이 적용된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브렌트우드)=김흥록 특파원2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브렌트우드에 있는 ‘삼성 스마트싱스 홈 앳 에쉴리’에서 에쉴리퍼니처 직원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기술이 적용된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브렌트우드)=김흥록 특파원




책상이나 소파 등 가구에 최첨단 정보기술(IT)이 녹아들어가 원하는 대로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스마트홈은 어떤 모습일까. 이러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공간이 삼성전자와 미국 대형 가구 업체 ‘에쉴리퍼니처’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미국 동남부에 있는 테네시주의 주도 내슈빌 중심가에서 차로 30분가량 달리면 도착하는 브렌트우드 지역에 이달 말 특별한 에쉴리퍼니처 매장이 문을 연다. 일반적인 가구 매장과 다른 점은 삼성전자와 손잡고 스마트홈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매장 이름도 ‘삼성 스마트싱스(SmartThings) 홈 앳 에쉴리’다. 삼성전자와 손잡는 에쉴리퍼니처는 전 세계 67개국에서 1125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북미 최대 가구 브랜드다.

“테크 제품만으로 구성된 매장을 만든다면 소비자들이 스마트홈에 대한 영감을 얻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매장에서 만난 조너선 가브리오 삼성 스마트싱스 헤드는 “스마트홈에 대한 상상력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반드시 IT 제품을 쇼핑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전통 가구 업체와 기술 업체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들은 상상했던 대로 자신의 방을 사무실이나 파티룸으로 혹은 게임장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고 소개했다.

코스트코 규모의 대형 매장에 들어서자 입구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제품과 에쉴리퍼니처의 가구를 조합한 다채로운 공간이 펼쳐졌다. 에쉴리 나무 책장이나 책상 위에 삼성 대형 커브드 모니터가 놓여 있는 집무실을 제시하는 식이다. 집무실 앞 태블릿PC에서 게임 모드를 누르자 업무용 공간은 “게임 모드를 시작합니다”라는 안내 음성과 함께 ‘나만의 게임룸’으로 변신했다. 책상 뒤 조명은 모니터의 화면에 맞춰 컬러를 바꿨다. 조명과 사운드가 조정되자 게임을 즐기기에 손색없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침실에도 어떻게 스마트홈을 적용할 수 있는지 제시됐다. 직원이 태블릿PC를 조작하자 스피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조명은 서서히 밝아졌다. 동시에 창에 있는 블라인드도 걷히며 자연광이 들어왔다. 벽걸이TV 화면에서는 오늘의 날씨 등의 정보가 위젯 형태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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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위기로 변신할 수 있는 공간은 단연 거실이다. 파티룸 모드를 선택하자 소파와 협탁, 벽걸이TV로 구성됐던 안락한 분위기의 공간이 화려하게 변했다. 화면에 뮤직비디오가 켜지고 소파 옆에 놓여 있던 스탠드형 스피커에서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TV 화면의 색감 변화에 맞춰 조명도 빠른 템포로 변했다. 리사 패내로 에쉴리퍼니처 전략기획 전무(SVP)는 “집에서 파티를 하고 싶으면 조명·스피커 등 5가지 다른 장치를 개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버튼만 클릭하면 한 번에 공간 변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파티룸이나 다이닝룸 등에 적용된 조명은 필립스의 제품이다. 에쉴리퍼니처와의 이번 협업의 목적이 단순히 삼성 제품에 대한 판매 확대를 넘어 다양한 브랜드로 스마트홈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선보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국제표준인 ‘매터(Matter)’의 참여 업체로 매터를 적용한 업체의 제품은 모두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시스템인 ‘스마트싱스’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 현재 매터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구글·아마존·애플 등 230개 브랜드의 3800개 제품이 참여했다. 가브리오 헤드는 “지금까지 스마트홈 수요는 보안과 원격 홈 제어에 편중돼 있지만 이것이 스마트홈의 미래는 아니다”라며 “스포츠 경기나 영화 등을 즐기는 순간에 최적화된 기술 등 다음 시대의 스마트홈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시한 자체 연구를 통해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집을 활용하는 방식이 바뀌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가브리오 헤드는 “집에 커피 바를 만들거나 낮잠을 위한 방 등 전문적인 목적을 가진 별도 공간을 만들려는 수요가 연평균 37%가량 증가하고 있었다”며 “이런 유형의 변화를 목격하면서 에쉴리퍼니처와의 파트너십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내슈빌 인근 도시인 브렌트우드를 선택한 이유는 잘 갖춰진 교육과 의료 인프라에 온화한 날씨, 저렴한 생활비 덕에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최근 10년간 내슈빌 인근의 인구 증가율은 1.8%로 같은 기간 미국 평균(0.6%)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새 메이저 가구 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젊은 인구가 많은 만큼 스마트홈에 대한 수요도 높을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 측의 판단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스마트홈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약 1348억 달러로 2028년에는 2316억 달러(약 30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에 미국의 에쉴리퍼니처 외에도 최근 국내에서 현대차·이케아와 각각 스마트싱스 분야의 협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에쉴리퍼니처는 이번 시험 매장의 판매 결과와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분석한 뒤 미국 내 매장 수와 제품군 결합 범위 등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토드 가튼 에쉴리퍼니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스마트싱스의 생태계는 여기 이 매장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면서 “소비자의 반응을 분석해 더 큰 호응 이끌어낼 것”이라며 협업 확대를 기대했다.


브렌트우드=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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