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005930)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계속하는 와중에도 일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들은 반등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반도체 위기론에도 서버용 메모리칩에 대한 수요는 견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 부족의 수혜가 계속될 것이란 기대감과 삼성전자의 부진은 결국 소부장 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1.14% 하락한 6만 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칩인 블랙웰의 수요가 탄탄하다고 발언하면서 엔비디아가 3%대 급등했음에도 삼성전자는 힘을 쓰지 못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삼성전자를 3182억 원 순매도해 1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디아이(003160)(6.05%), 이오테크닉스(039030)(4.70), 원익IPS(240810)(3.08%), 리노공업(058470)(2.84%) 등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은 일제히 올라 대비를 보였다.
시계열을 늘려도 삼성전자와 소부장 종목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뚜렷하다. 모건스텐리 발(發) 반도체 위기론이 본격화한 지난달 19일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는 5.90% 떨어진 반면 HPSP(403870)는 17.31%, 원익IPS는 15.15%, 리노공업은 9.10%, 한미반도체(042700)는 7.94%, 이오테크닉스는 6.50% 상승했다.
소부장 기업의 주가 향방은 결국 메모리 기업의 투자에 영향을 받는 만큼 메모리 수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AI·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파악돼 하반기에도 공급이 타이트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인 스마트 폰, PC 수요 부진은 하반기에도 회복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와 내년 D램 내 HBM 매출 비중이 각각 26%, 36%로 추정돼 경쟁사 대비 B2C 수요 부진에 따른 실적 감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D램 캐파는 전년 대비 64% 증가한 반면, 낸드플래시는 16% 감소할 전망”이라며 “D램 장비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3분기부터 실적이 크게 개선 될 것”이라고 짚었다.
상당수 증권사들은 HBM의 공급 부족 현상이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외국인직접투자 누적액은 전년 대비 5.2% 증가한 252억 달러(약 33조 1800억 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반도체와 소부장 업종이 52.8% 59.2% 늘며 성장을 이끌었다.
다만 대장주 격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계속 부진할 경우 소부장 기업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송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뒤의 업황을 선반영한다”면서 “반도체 기업이 6개월~1년 뒤 실적이 악화되면 소부장에 대한 설비 투자도 감소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들 기업의 주가도 상승을 지속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