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등 주요국 Z세대 사이에서 명품 대신 저렴한 대체품을 찾는 ‘듀프’(duplication)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 미국 CNN에 따르면 세계 최대 명품 시장인 중국에서 점점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는 ‘듀프’소비가 인기를 끌고 있다. ‘듀프’는 비싼 브랜드 제품의 값싼 복제품으로,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은 고급 브랜드에 뒤처지지 않는 대체품 개념이다. 명품 로고 등을 모방하는 위조품과는 차이가 있다.
광저우의 한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정지에원씨는 CNN에 “2년 전만 해도 월 급여가 3만 위안(약 563만원)이었다”며 “하지만 작년부터 회사의 신규 사업이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급여가 점점 줄었고, 지난 2월에는 절반 수준으로 대폭 삭감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그는 루이뷔통이나 샤넬, 프라다 등 럭셔리 브랜드 소비하지 못하게 됐다. 대신 ‘핑티’라 불리는 듀프 소비를 즐겨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듀프 제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민텔에 따르면, 지난 2022년에서 2024년까지 소셜미디어에서 듀프 검색 횟수는 3배가량 증가했다.
로렌 구 민텔 이사는 “세계 핵심 명품 소비자였던 중국 쇼핑객들이 유명 브랜드를 찾던 10년 전과 달리, 이제 소비자들은 점점 더 저렴한 대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가 '새로운 주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자신뢰지수가 사상 최저 수준에 가까워지면서 듀프 상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라 투자은행 분석가들은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경을 개방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소비자신뢰지수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6월 86.2에서 7월 86.0으로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2022년 11월(85.5)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주가 하락과 외국으로의 자본 도피, 낮은 임금 상승률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소비자가 소비를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듀프 소비가 유행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듀프 소비가 유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지난해 10월 미국 성인 2200명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Z세대의 약 49%가 복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룰루레몬이 미국 Z세대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14분기 연속 15% 이상 매출이 증가했던 룰루레몬은 지난 3월부터 매출이 급감했다. 한때 주가가 50%가량 하락해 300억 달러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