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웨어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나이키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최근 주가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조만간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앞둔 상황에서 연간 매출 전망치마저 철회하자 시장에서는 나이키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나이키는 지난 1일(현지시간) 2025회계연도 1분기(2024년 6~8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115억 9000만달러(약 15조 3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은 70센트로 월가 추정치인 52센트를 웃돌았으나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다.
소비자직접판매(DTC)와 온라인 매출도 전년 대비 각각 13%, 15% 감소했다. 도매 매출도 8% 감소한 64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몇 년 동안 인기를 끌었던 에어포스1, 덩크, 에어조던1의 온라인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 분기 나이키의 주요 글로벌 사업부 4곳에서 모두 매출이 감소했는데 특히 북미 지역 매출은 11%나 곤두박질쳤다.
나이키는 매출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매튜 프렌드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5월에 발표했던 2025 회계연도 전망을 철회하고 분기별 전망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1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월가 예측치(6.7%)보다도 낮은 수치다.
프렌드 CFO는 “다음 회계연도를 위한 유연성을 확보하겠다”며 11월 예정됐던 ‘투자자의 날’도 연기한다고 했다.
위기 상황이 갈수록 심화하자 나이키는 지난달 실적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CEO를 전격 교체하기로 했다. 신임 CEO로 발탁된 엘리엇 힐 전 소비자 시장 부문 사장은 오는 14일 임기를 시작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이키가 혁신에 뒤처지고 경쟁사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며 실적 부진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리셀 플랫폼 스탁X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나이키와 조던 운동화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경쟁사인 아식스와 아디다스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각각 약 600%, 90% 늘었다.
나이키 운동화 재고의 감소세도 예전만큼 가파르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은행 BMO캐피털마켓 분석에 따르면 나이키 웹사이트에서 운동화 재고는 최근 몇 달간 약 20%만 매진됐다.
한편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소비자 취향의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나이키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뉴발란스와 아식스 등 경쟁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2030세대 '펀러닝족'을 중심으로 기록보다는 러닝의 즐거움과 개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러닝화를 패션 아이템으로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로 국내 운동화 시장은 지난해 4조 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그중 러닝화 시장은 1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뉴발란스와 아식스는 배우 고현정이 착용한 신발로 주목받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식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 증가했고, 매출은 14% 늘었다. 온러닝과 호카도 큰 성장을 기록 중이다. 번개장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온러닝의 거래 건수는 700%, 호카는 37% 증가했다.
뉴발란스의 '퓨어셀 SC 트레이너 v3'는 500명이 넘는 고객이 오픈런을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며 완판됐다. 이러한 신흥 브랜드들의 성장세는 기존 시장 판도를 크게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