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멜라니아 회고록





“멜라니아는 어디 있습니까?”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은둔의 영부인’으로 알려졌을 만큼 대외 활동에 소극적이다. 남편의 선거 유세 동행이 뉴스가 될 정도로 제한된 공개 행보만 한다. 반대 진영은 종종 ‘실종된 멜라니아’를 찾는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을 만들어 퍼트린다. 멜라니아는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 마지막 날 모습을 드러냈지만 찬조 연설을 거부했다고 한다. 트럼프 정부 시절에도 그는 백악관에 상주하지 않고 뉴욕 트럼프타워의 펜트하우스나 플로리다의 별장 등 자택에 자주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정가와 거리를 뒀고 정치권 인사들과의 교류도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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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멜라니아 여사의 첫 회고록 발간이 화제다. 곧 출간될 예정인 책에는 본인의 인생 스토리뿐 아니라 여성의 낙태권을 적극 옹호하는 입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낙태 옹호는 대선 후보인 남편이나 공화당의 입장과는 배치된다는 점에서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메리 조던 워싱턴포스트(WP) 부국장은 “멜라니아는 말을 아낄 때 사람들이 오히려 주목한다는 점을 잘 알고 행동한다”고 평가했다. 멜라니아는 남편의 입장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인 행보를 해왔다. 책 출간 시점 역시 남편의 선거보다는 본인의 책 흥행에 유리한 때를 골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역대 미국 퍼스트레이디의 스타일은 각양각색이었다. 나중에 국무장관 등을 지낸 힐러리 클린턴이나 사회운동 등으로 남편 이상의 인기를 누렸던 미셸 오바마는 대외 활동형 영부인이었다. 질 바이든은 본업인 교수직을 이어가면서 조용하면서도 적극적인 조언자 역할을 해왔다. 영부인의 스타일과 역할에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국민 눈높이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나라가 시끄러워지는 것은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논란으로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다. 법리 논쟁을 떠나 영부인 스스로 상식의 관점에서 정권에 짐이 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다.

이혜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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