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순조로운 세대 순환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밀레니얼 세대, X세대, Z세대 등등. 초저출생, 초고령화, 병역자원 급감, 성장잠재력 절벽, 인성교육 결핍, 한국혼 상실 등 난제들도 다가왔다. 세대 순환 문제와 직결된다. 필자는 현재 60대인 제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인구비중 17%)들이 난관을 돌파해 나가는 데 큰 힘이 돼야 한다고 주창해온 바 있다. 베이비부머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결국 베이비부머 경제를 잘 제도화해야 한다.
개인 자산의 상당 부분이 60대에 쏠려있다.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를 3만 달러로 끌어올린 주축 세대였기 때문이다. 고도 성장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 수혜 세대다. 대부분이 자가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로 보아 고자산가축에 자동적으로 편입됐다. 관건은 현금 흐름이다. 평균적으로 월 100만 원 이상의 본격적인 연금 수령 세대가 되기는 했지만 충분치는 않다. 전통적 관념으로 3세대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년이라는 사회적 질곡이 떡 버티고 있다. 정규직뿐 아니라 소일거리로서도 직업 전선에 뛰어들 기운과 의욕은 충만하다. 조연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제1차 베이비부머는 동질성을 지닌 대단한 인적자산이다. 1960년부터 초·중·고·대학의 학제가 확립됐다. 제도화된 현대 교육의 최초 수혜자로서 초등과정부터 정규 교육을 받았다. 동년배의 10%가 대학 졸업자다. 의미 있는 비중이다. 미국은 옛 소련을 이기기 위해 1950년대 말 수월성 고등교육을 도입했다. 이 제도를 통해 베이비부머들은 대학 교육을 받았다. 현장에서도 전통 산업화의 첨병으로 제조업은 물론 중동의 건설 현장 등을 누빈 전업가들이다. 외환위기와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디지털 전환을 배워가면서 시련을 이겨냈다. GDP 3만 달러 달성의 주역이라는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체계적으로 조직화하는 제도만 구축되면 기업 등 적재적소에 현장 경험이 체화된 인력을 염가로 제공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여성들도 중요한 자원이다. 현재도 상당수가 개별 수준에서 손주 육아와 부모 봉양을 하는 3세대 돌봄의 짐을 묵묵히 떠맡고 있다. 거주 지역별로 자가 돌봄까지 포함해서 공공 영역으로 편입, 조직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들의 현금 흐름도 개선하면서 급작스럽게 찾아온 초저출생과 초고령화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새싹어머니회 활동을 확대 개편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인생 후반기에 의미 있는 일을 했으면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점이다. 이전 세대에 비해 많이 배웠고, 현장에서 실제 체험했으며, 세계를 누비면서 본 게 많아서다. 돈을 어디 쓸 것이며 후대에게 어떻게 비춰져야 할 것인지, 대한민국의 지속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충효와 농촌을 이해하는 마지막 세대로 상당수가 합리적 행동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맨발 걷기가 열풍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경쟁적으로 황톳길을 만들고 있다. 주 이용객은 60대다. 건강은 내가 지킨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의료보험의 건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 6·25전쟁, 동·서 갈등의 1차 당사자가 아니다. 결국 역사 논쟁이나 이념 분쟁에 이성적일 수 있다. 힘들겠지만 국론 통합의 목소리를 내면서 다른 세대를 설득해야 한다.
후대의 생존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획기적인 청년공공복무의무제(가칭)의 도입 캠페인을 할 수도 있다. 청년 사회정착종잣돈 지급, 보육 국가책임, 건강 고령화를 연결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청년지원형 세대연결기금 구축 운동도 펼쳐볼 수 있다. 50% 이상이 이촌향도(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 세대인 만큼 5촌2(5일은 농촌, 2일은 도시에서 생활)도 생활 등으로 지방 경제 활성화에 나설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국가 재정 건전화를 도모하면서 경제 탄력 회복에 일조할 수 있다. 이것이 베이비부머 경제론의 핵심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누구에게도 짐을 지우지 않으면서 세대 자립을 추구하는 세대 정체성 확립의 유산을 남겨야 한다. 누군가가 시동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