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과열되자 금융감독원이 공개매수 기간에 이례적으로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고 불공정거래 조사에 즉각 착수하기로 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을 경쟁적으로 높이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졌을 뿐 아니라 양측이 상호 비방하는 과정에서 불공정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은 8일 임원회의에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해 엄정한 관리·감독과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지난달 27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과열됐다”며 한 차례 경고 메시지를 냈으나 이후에도 양측 공방이 더욱 격화되자 경영권 분쟁에 당국이 개입한다는 부담에도 재차 나선 것이다. 고려아연과 영풍·MBK도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날 이 원장은 ‘공시 이전에 공개매수가보다 고가로 자사주를 취득할 계획’과 관련한 풍문 유포 행위가 주가에 부당한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보겠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원장은 ‘자사주 취득 가능 규모가 과장됐다’고 한 MBK 주장도 문제로 꼽았다. MBK는 이달 2일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한도가 5조 8497억 원이 아니라 586억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MBK는 해외투자적립금(3조 4140억 원)과 자원사업투자적립금(3조 2200억 원) 등의 임의준비금을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허위 사실 유포로 시세조종 행위”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이 원장의 발언은 공개매수가 경쟁으로 주가가 과열되는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대다수인 영풍정밀 주가는 추가 인상 기대감으로 공개매수가인 3만 원을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다만 이 원장의 지시가 보도된 후 고려아연 주가는 75만 2000원으로 4% 가까이 떨어졌고 영풍정밀도 3만 1500원까지 9.22% 하락했다. 이후 주가 하락 폭이 축소돼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주가는 각각 77만 6000원(-0.51%), 3만 3800원(-2.59%)으로 거래를 마쳤다. 영풍정밀 주가가 하락한 것은 8거래일 만이다.
현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인상과 매수 물량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규모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경우 고스란히 투자자 피해로 돌아올 우려가 크다. 최 회장 일가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영풍 주식 7만 9300주를 298억 원에 매각했는데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투입할 실탄 마련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날 공개매수 기간 중 또는 종료 이후 주가가 급격히 하락해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 등급 소비자 경보도 발령했다. 공개매수 방법에 따라 내야 할 세금이 달라질 수 있고 종료일이나 직전 영업일에는 응모가 어려울 수 있다고도 했다. 공개매수가에 원하는 물량을 모두 매도하지 못할 수 있다. 이날 이 원장은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경쟁은 종국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특히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의 제조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고려아연이 가진 제련기술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며 기업과 협의해 (지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