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 가운데 법 위반이 없어 무혐의 처분된 건이 최근 3년 새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일부 근로자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처분을 피하거나 특정 목적으로 신고를 남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기업은 이를 막을 수단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1차적으로는 기업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무고의 경우 이를 제재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0년 1365건이었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 위반 없음’ 처분 건수가 지난해 3623건으로 약 2.7배 늘어났다. 법 위반 없음에 법 적용 제외, 조사 불능 등을 모두 더한 넓은 의미의 무혐의 건수는 같은 기간 2400건에서 7402건으로 불어났다.
문제는 괴롭힘 신고가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2020년 5823건이었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지난해 1만 1038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신고 건수가 2배 정도 늘 때 무혐의는 그보다 많은 2.7배나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자진 취하를 포함한 법 위반 없음 비중은 전체의 87.9%(9703건)에 달한다. 해석에 따라서는 신고 10건 중 최대 9건은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1년 8개월 동안 민원인 1명이 대상을 바꿔가며 직장 내 괴롭힘을 22번이나 신고한 사례도 있다. 해당 사건의 경우 모두 법 위반 없음과 취하로 결론 났다.
노무 업계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학주 공인노무사는 “근로자가 징계 사유 등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면서 “단순히 회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나 심지어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근로자는 혐의 여부와 관계없이 신고만으로 조사를 받고 의무적으로 부서에서 분리돼야만 한다. 이 경우 신고 남발에 따른 피해자가 거꾸로 발생할 수 있고 기업 경영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의 불만도 크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도 “직장 내 괴롭힘은 인사팀에서도 잘 해결할 수 있는데 노동부에 가져가는 건 분쟁을 키우려는 의도가 있는 허위 신고인 경우가 많다”며 “괴롭힘 신고로 불필요한 인력 낭비가 발생해 기업 활동과 조직원 사기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기업 인사 담당자도 “협업이 중요한 연구개발(R&D) 조직이나 태스크포스(TF)팀 등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발생하면 경영에 큰 타격을 받는다”며 “투서 남발 등 부작용에 대한 법 시행 초기의 우려를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제정과 무고에 대한 제재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법이론실무학회는 “직장 내 괴롭힘은 기업 내부의 문제라서 일차적으로 기업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김 의원은 “괴롭힘 신고 오남용은 무고 피해자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신고 시스템의 신뢰도를 낮춰 결국 진짜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게 되는 요인이 된다”며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