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은 일주일에 15건 정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문을 쓰는 시간이 부족해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도 일을 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최근 만난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법관 부족으로 겪은 고충에 대해 털어 놓은 말이다. 그는 “10분 남짓 소요되는 작은 사건에도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밤새 기록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판사 정원 수는 판사정원법에 따라 3214명이다. 2014년 이후 10년째 동결된 상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향후 5년간 법관 370명을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 정쟁 속에 조용히 폐기되고 말았다. 실효성 있는 판사 증원 논의가 일어나지 않으면서 판사들은 과중한 업무량에 피로감을 호소한다. 대법원에서 발간한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법원 기준 법관 1인당 처리건수는 495.1건으로 500건에 육박한다.
부족한 법관 수에 따른 재판 지연도 심각하다. 지난해 전국 민사본안합의 사건 처리 기간은 1심 기준 평균 15.8개월로, 2019년 9.9개월 대비 반년 정도 늘어났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판사들이 격무 속에 신속한 재판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서 밀도 있는 재판을 거의 못하기 때문이다. 늘어지는 재판 과정 속에서 국민들은 자신들의 재판이 홀대받고 있다는 불만도 쌓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달 7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관 증원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법관 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며 “국민이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는 데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의 호소에 국회도 이제 응답해야 할 시기다. 아직까지 국회에서는 판사 증원법 개정안이 발의되지 않았다. 자신들의 지역구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법원 추가 설치법만 주기적으로 나오고 있는 수준이다. 국민들의 사법 서비스 증진을 위해서라도 국회는 판사 증원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