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K컬처’가 르네상스 시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문학을 비롯해 미술·클래식·발레와 K팝·K드라마·영화 등 대중문화 분야에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는 우리나라 젊은 예술가에게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 이후 한국 문화 전반이 글로벌 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국내 문화계는 제2·제3의 노벨문학상 작가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해 임윤찬·선우예권 등 세계 정상 무대를 누비고 있는 연주가와 방탄소년단(BTS), 봉준호·황동혁 감독 등 글로벌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대중문화 스타들의 뒤를 이을 신예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한국의 젊은 작가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에서 커지고 있다. ‘저주 토끼’의 정보라, ‘대도시의 사랑법’의 박상영 등은 한강에게 세계적인 명성과 대중적인 인지도를 안긴 영국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올랐다. 대만계 퀴어 문학 대표 작가인 천쓰홍은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을 재미있게 읽었다”며 박 작가의 감각을 높이 사기도 했다.
한국계 미국 작가인 김주혜는 최근 ‘작은 땅의 야수들’로 올해 일명 톨스토이문학상으로 불리는 러시아 야스나야폴랴나상에서 해외문학상을 받았다. 직장인 등 평범한 이들의 삶을 사실주의적으로 담아내는 장류진은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2019)’부터 중국·일본·터키 등에 출판됐고 첫 장편소설인 ‘달까지 가자(2021)’는 일본·대만·태국 등에 출판돼 뜨거운 호응을 얻어냈다. 한국 문학의 새로운 기수로 불리는 이슬아 작가는 에세이를 넘어 소설과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가 쓴 첫 장편 ‘가녀장의 시대(2022)’는 올 8월 대만에 출시된 뒤 베스트셀러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몬드’의 손원평은 ‘일본 서점 대상’ 번역 소설 부문에서 수상해 주목을 받고 있다.
클래식 분야에서는 조성진을 비롯해 임윤찬·선우예권 등이 국제 무대에서 수상을 하며 K클래식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2022년 밴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데 이어 최근 ‘클래식 음반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그라모폰상을 수상했다. 해외 평론가들은 한국의 젊은 연주가들이 기량은 물론 나이에 비해 깊이 있는 예술적 해석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찬사를 보내며 뒤를 이을 신예 연주가의 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원로 작가들이 장악해온 미술계에도 최근 30~50대 젊은 작가들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테이트모던 터빈홀에서 초대형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미래(36)는 가장 주목받는 젊은 한국 예술가 중 한 명이다.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미래는 루이즈 부르주아, 애니시 커푸어, 아이웨이웨이 등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거처간 터빈홀에서 이달 8일부터 5개월여간 개인전을 진행한다. 김아영(45) 역시 최근 세계 미술계가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젊은 작가다. 그는 대표작 ‘딜리버리 댄서의 구(2022)’로 세계 최대 미디어 아트 어워드인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최고상인 골든니카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고의 발레단에서도 젊은 ‘한국인 수석무용수’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11년 동양인 최초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해 2015년 최연소 수석무용수가 된 김기민은 마린스키에서 단독 공연을 할 정도로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전민철도 최근 마린스키 입단 소식을 알리며 김기민의 명성을 잇는 발레리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박세은은 350년 역사를 가진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2021년 최초의 동양인 에투알(수석무용수)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K팝에서는 ‘제2의 BTS’가 될 아티스트들이 해외에서 막강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걸그룹의 경우 뉴진스를 비롯해 아이브·엔믹스·아일릿이 블랙핑크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보이그룹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이키즈는 이달 6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50주년 스페셜’ 무대에 K팝 가수로는 BTS에 이어 두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감독 등 연출자들을 비롯해 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오징어게임 시즌2’가 12월 공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 배우 이정재를 비롯해 임시완·강하늘 등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에게 글로벌 시청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최근 최종회를 선보인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한국 예능 최초로 3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청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 ‘흑백요리사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