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번역가 잘 만나야 해"…한국어 독학했다는 한강 노벨문학상 '일등 공신' 누구?

소설가 한강, 사진 제공=창비소설가 한강, 사진 제공=창비




한때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두고 한국어의 특수성이 거론되었다. 한국어가 너무 섬세해서 영어로 번역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번역가 없이는 K문학의 열풍도 없을 것이란 말도 나왔다.



한국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그의 대표 소설 '채식주의자'를 전 세계에 알린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도 주목받고 있다.

데모라 스미스는 영국 중부의 소도시 동커스터 출신으로 2009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영어만 할 줄 알았던 그는 대학 졸업 후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영국에 한국어를 전문으로 하는 번역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2010년부터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스미스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번역할 때 문학적 감수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런던대 동양 아프리카대에서 한국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스미스는 한국어를 배운지 3년 만에 한강의 '채식주의자' 매력에 빠져 번역은 물론 출판사 접촉부터 홍보까지 도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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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국제상을 받는 데도 큰 공을 세웠다. 그는 특히 한국과 전혀 접점이 없음에도 독학으로 한글을 배워 성공적인 번역을 해냈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스미스는 지난 2016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 초청 기자회견에서 "줄거리와 인물, 배경 등이 어느 정도 정립된 작품보다 문체, 글의 스타일에 관심이 많다"며 "나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흥미로운 내용을 독자에게 제시할 문장이 있는 작품을 번역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는 당시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영국 독자에게 설명하기 위해 '채식주의자'를 어떻게 번역했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번역한 책이 영국 독자가 처음 접하는 한국 문화가 될 수 있다"며 "소주, 만화, 선생님 등의 단어를 그대로 번역했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씨의 인터뷰에서 번역가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아제아제 바라아재’ 등으로 널리 알려진 소설가 한승원씨는 이번 딸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한 작가의 수상에 “ 왜 강이가 선택받았을까 생각해봤다. 우리 딸은 문장이 아주 섬세하고 아름답고 슬퍼요. 그러니까 슬픈 그 문장을 어떻게 외국어로 번역하느냐에 따라서 수상 여부가 결정될 텐데. 우리 한국어는 한국어 나름대로의 독특한 감각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 자라난 사람이 어떻게 한국어의 묘한 맛을 알 것인가. 그런데 데보라 스미스가 감각적으로 잘 번역했다. 번역자를 잘 만나서 좋은 번역을 하게 됐고 수상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문학번역원 역시 이번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그동안 꾸준히 한국 문학을 해외에 소개해 온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문학번역원은 1996년 설립 이후 44개 언어권 2171건 출간지원을 통해 한국 문학을 글로벌 무대에 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이번 수상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국문학번역원은 설명했다.

한국문학번역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더 많은 언어로 번역하고, 전 세계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단순히 개인의 성취에 그치지 않고, 한국 문학 전반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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