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내 모터스포츠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슈퍼레이스 '슈퍼 6000 클래스'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부 팀들의 이탈은 물론이고, 타이어 경쟁 체제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미쉐린 타이어'가 슈퍼레이스 무대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세계 여러 모터스포츠 부분에서는 우수한 성과를 이뤄낸 미쉐린 타이어였지만 국내 모터스포츠 무대에서는 넥센타이어의 공세에 몰리며 무척 어려운 시간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최고의 베테랑 중 하나로 평가 받는 황진우(준피티드 레이싱, #12)은 미쉐린 진영의 선봉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왔다.
그리고 전남 GT와 함께 열린 슈퍼 6000 클래스 7라운드에서 감각적인 스타트, 그리고 우수한 경기 운영을 과시하며 독주 끝 포디엄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첫 승과 함께 미쉐린 타이어의 승리를 안기며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았다.
슈퍼 6000 클래스, 7라운드 결승 레이스를 마친 후 황진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올 시즌 첫 승이다. 소감이 궁금하다.
황진우(이하 황): 일단 올 시즌 첫 승을 올렸다는 그 자체가 무척 기분 좋은 일인 것 같다. 사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팀원들이 무척 노력하고, 많은 시간을 매달렸는데 그에 화답할 수 있던 것 같아 더욱 만족스러웠다. 팀원 모두, 그리고 박정준 대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Q 오늘 결승 레이스를 앞두고 '스타트'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개인적으로 어떤 전략으로 임했는지 궁금하다.
황: 맞다. 개인적으로도 스타트 상황에서의 자리 싸움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실제 스타트 상황에서 빠르게 선두 그룹에 합류하고, 순위를 지키지 못하면 레이스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스타트 상황에서 순위를 끌어 올리기 위해 집중했던 것 같다.
다만 모든 레이스가 그렇듯 원하는 대로 전개되진 않았다. 실제 스타트 신호와 함께 속도를 높였지만 박규승(브랜뉴 레이싱, #38), 최광빈(원 레이싱, #63) 두 선수 사이에 낀 형태가 되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곧바로 자리를 조금 조절하며 1번 코너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후 정의철 선수(서한 GP, #04)와 백 스트레이트에서의 가속, 그리고 브레이크 경쟁이 있었는데 정의철 선수의 페이스가 느린 편이라 쉽게 추월하고, 선두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레이스 전략과 별개로 '운'도 어느 정도 따른 그런 경기 초반이었던 것 같다.
Q 선두에 오른 후 주행 페이스가 균일한 모습이었다. 신경 쓴 부분이 있었을까?
황: 세부적인 데이터나 그 정도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어렵지만 미쉐린 타이어 측에서 이번 7라운드를 위해 준비한 타이어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레이스를 준비했다.
이번의 타이어 사양은 박규승 선수가 예선에서 보여준 것처럼 '충분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었다. 그와 함께 노면 온도 등 열에 따른 성능 차이가 무척 민감하게 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수들의 스타일, 주법을 많이 타는 그런 타이어라 생각했다.
7라운드가 끝난 지금도 아직 셋업에 대한 방향성이 완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주행으로 일해 열 발생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그래서 이번 7라운드는 초반 자리 싸움 후, 최대한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주행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를 했다.
그래서 선두에 오른 후에는 2위인 박규승 선수와의 간격을 보면서 주행 페이스를 조절, 타이어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소로 줄이는 것에 집중했다. 다행히 경기 초반의 자리 싸움 이후 '순위 다툼'을 겪지 않았기에 이러한 주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Q 올 시즌 내내 '타이어'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힘든 점은 없었을까?
황: 물론, 경쟁 타이어 대비 아쉬운 모습, 아쉬운 성적에 기분 좋거나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 그리고 우리 팀에게 주어진 환경을 냉정히 파악하고, 이러한 환경에서 낼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쉐린 타이어는 과거 국산 타이어 브랜드들이 매 경기, 슈퍼 6000 클래스를 위해 개발한 스페셜 타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전세계의 여러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사용되는 타이어 중 '적합한 타이어'를 적용하는 방식이라 '최상의 퍼포먼스'를 확답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올 시즌에는 미쉐린 타이어를 통해 '압도적인 주행'을 선보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며 시즌에 나서고 있다. 대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앞으로를 준비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거에 집중했다.
내년, 그리고 앞으로의 미쉐린 타이어가 어떤 전략과 계획을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내년에도 함께 한다면 조금 더 좋은 모습, 더 우수한 경쟁력을 확신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시리즈 챔피언 경쟁에 힘을 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Q 오늘 포디엄 정상과 더불어 박정준 대표 역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황: 결승 레이스를 앞두고, 그리고 레이스 중에도 박정준 대표와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그 동안 박정준 대표는 늘 가능성, 경쟁력을 선보이긴 했지만 조금씩 아쉬운 결과를 마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 분명 쉽지 않은 레이스 환경에서 그 어떤 레이스보다 우수한, 그리고 견고한 주행을 선보이며 4위에 올랐다. 오늘의 성과는 단순한 '한 번의 4위'가 아니라 생각한다. 이번의 성과는 박정준 대표 개인에게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어느새 '준피티드 레이싱 황진우'가 익숙해진 모습이다.
황: 지금까지 다양한 레이스 카테고리, 그리고 여러 팀과 함께 해왔다. 그리고 분명 좋은 팀도 있었고, 우수한 성적을 내기도 했다. 그랬지만 어느 순간 내게도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레이스에 출전하는 게 내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도 안되고, 무언가 내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에 회의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그런 위기의 순간, 박정준 대표가 함께 하자며 제안을 주셨고, 이렇게 준피티드 레이싱 소속으로 활동하며 할 수 있었다.
단순히 레이스를 게속한다는 것이 아니라 레이스 출전에 대한 동기부여, 팀에 대한 감사함, 그런 것들이 살아나며 '레이싱 드라이버'의 커리어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스스로의 의지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박정준 대표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더불어 준피티드 레이싱의 모든 팀원들과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있는 정태욱 대표에게도 감사한다. 준피티드 레이싱이 있었기 때문에 출장 기록 등 다양한 이정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앞으로도 '준피티드 레이싱'과 함께 하고 싶다.
Q 최근 해외에서 활약하는 후배들이 늘었다.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황: 사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다른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다. 모두 열심히 하고 있고, 좋은 성과를 이뤄내고 있기에 앞으로 더 좋은 레이싱 드라이버들이 등장하고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도리어 그들보다는 다른 모터스포츠 관계자, 팬들에게 당부를 하고 싶다. 사실 그렇게 해외에서 활동한다는 게 단순히 '해외'라는 장소의 차이가 아니다. 이런 외로움 속에서의 레이스는 더욱 힘들고, 그 이상으로 지치게 된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다만 여전히 모터스포츠의 환경이 척박하다. 아직 더 많은 관심, 그리고 후원이 필요한 시간이다. 자동차 제조사들과 관련 기업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추구하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함께 도전하는 시간이 왔으면 한다.
Q 이제 단 두 경기가 남았다. 남은 두 경기의 목표가 궁금하다.
황: 개인적으로 경쟁력을 더 끌어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개인적으로 희망하는 게 있다면, 이번 레이스 통해 한층 발전한 박정준 대표와 함께 포디엄에 올라 팬여러분께 인사하고 샴페인 세레머니를 하는 그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
덧붙여 전남 GT와 함께 하며 전라남도의 많은 분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고, KIC에서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어 '좋은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KIC에서의 레이스는 이번이 마지막이지만, 내년 더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