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냉난방공조(HVAC) 수리 기사들이 새로운 '백만장자'로 부상하고 있는 현상을 미국 유력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조명했다. 사모펀드들이 수익성 높은 HVAC 업체들을 대거 인수하면서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WSJ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사모펀드들이 인수한 HVAC 업체 수가 800개를 넘어섰다. 이는 소규모 및 비공개 거래를 제외한 수치로, 실제 인수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사모펀드 레드우드서비스의 아담 하노버 회장은 "현재 업계에서는 모든 투자자들이 HVAC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레드우드는 지난 4년간 기업 규모가 100만2000만 달러(약 13억270억 원)에 달하는 HVAC 기업 35개를 인수했다.
그동안 영세 세차장이나 요양원 등을 인수해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마케팅과 채용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였던 사모펀드들이 이제 HVAC 업계로 눈을 돌린 것이다. 레드우드가 인수한 대형 HVAC 기업 라이트웨이의 경우, 자본 확충을 통해 서비스 트럭과 직원 수를 늘리고 신입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결과 연 매출이 3000만 달러에서 7000만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보스턴 소재 투자은행 캡스톤파트너스의 테드 포크 상무이사는 "10년 전만 해도 숙련된 중소기업 소유주 10명 중 9명이 인수될 경우 은퇴 후 사업을 정리하기를 원했지만, 최근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남아서 사업을 키우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HVAC 사업의 발전 가능성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사모펀드 알파인인베스터스의 그레이엄 위버 설립자는 "기업가적 야망을 가진 사람이라면 변기 막힘, 보일러 수리, 에어컨 설치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이 직업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1000만~30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사업을 구축할 수 있고 구매자 목록도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2006년 플로리다주에서 HVAC 기업을 설립해 100명 규모의 회사로 키운 다나 스피어스(51)는 최근 사모펀드에 매각을 결정한 뒤 1년간의 휴가를 계획 중이다. 그는 "드디어 우리가 인정받는 것 같다"며 "이 업계는 근성만 있다면 아메리칸드림을 이룰 수 있는 사업 중 하나"라고 감격스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