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겨우 피한 ‘헌재 마비’…巨野 몽니 접고 재판관 선출 협력하라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6년 만의 ‘기능 마비’ 위기를 겨우 피했다. 헌재는 14일 사건 심리에 재판관 9인 중 7인 이상이 필요하다고 규정한 헌재법 제23조 1항의 효력을 정지했다.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로 직무정지 상태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헌법재판관 정족수 부족으로 자신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가 정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재가 인용한 것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은 물론 현재 계류 중인 헌재 사건들도 심리 중단을 피할 수 있게 됐다. 17일 헌법재판관 3명이 동시 퇴임하는데도 국회가 후임자 선출을 미루자 헌재가 헌정 질서 혼란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을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식물 헌재’ 위기는 피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헌재의 결정은 재판 진행을 위한 ‘심리 정족수’에 관련된 것으로 법률 위헌 또는 탄핵 결정을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헌재의 정상화가 늦어지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횡포 탓이 크다. 2000년부터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은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결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거대 야당이 압도적 의석을 내세워 ‘재판관 2인 추천권’을 주장하면서 선임 절차가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일부러 헌재를 마비시켜 친야 성향의 MBC 경영진 교체를 막고 국정 공백의 장기화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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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법률 심판 및 탄핵 심판 등을 맡는 헌재의 기능이 마비되면 입법·행정·사법부 간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다. 8월 말 기준 헌재 전원 재판부에 배당된 사건은 1077건에 이른다. 헌재의 결정이 마냥 늦어지면 국민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 거대 야당은 이제라도 정략적 몽니를 거두고 후임 재판관 추천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여야가 우선 각 1인씩이라도 재판관을 추천해 헌정 공백 사태를 막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참에 재판관 공석 등 비상사태에 대비해 후임 재판관의 임기가 시작될 때까지 퇴임 재판관이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 보완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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