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잘못 밟아 발생한 사고 4건 중 1건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무화에 준하는 수준의 오조작 방지 장치 보급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삼성화재(000810)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자사 자동차보험 가입 차량의 자동차 사고를 분석한 결과 페달 오조작 관련 사고 발생은 총 1만 1042건으로 연평균 2008건(매월 167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페달 오조작 사고는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일어나는 사고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번갈아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 많이 일어난다. 사고 장소는 주로 주차장, 교차로, 신호등 앞 등이 많다. 특히 주차 구역 내에서 주차·후진·출차 과정에서 전체 페달 오조작 사고의 48.0%가 발생했다.
연령별로는 61세 이상부터 페달 오조작 사고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전체 페달 오조작 사고 중 39.1%가 61세 이상이 일으켰다. 65세 이상으로 좁혀보면 이들이 낸 페달 오조작 사고는 전체의 25.7%다. 전체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이 낸 사고 비중인 16.7%와 비교하면 1.5배 수준이다. 70세 이상의 페달 오조작 사고 비중은 14.6%로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 중 70대 비율 5.9%보다 2.5배 많았다.
박요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령 운전자가 상대적으로 페달 오조작 사고에 취약한 만큼 페달 오조작을 감지·차단하는 장치 보급 정책이 필요하다”며 “구매 지원 정책과 장착 차량에 대한 자동차보험료 할인 등이 뒷받침되면 오조작 사고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일본은 내수용 신차의 90% 이상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달려 나온다. 기존 차에도 장착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용 제품도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국산차 가운데는 현대자동차 ‘캐스퍼EV’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장착돼 시판 중이다.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달면 오조작 사고 63%를 방지할 수 있고 자동긴급제동장치(AEBS)와 함께 장착할 경우 90% 이상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