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韓에 이용 안 당해"…또 방위비 공세

■'안보 장사' 먹잇감 전락 우려

'머니머신' 발언 이어 연이틀 압박

"이제 시작해야 한다" 재협상 시사

CSIS "트럼프 2기, 韓 타깃" 전망





미국 대선을 20일 앞두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트럼프의 귀환’이 점쳐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한반도 안보 리스크에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비를 겨냥해 날 선 발언을 내놓던 트럼프가 대선 막바지에는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을 문제 삼는 등 한국을 ‘본보기’로 삼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미 무역흑자가 크게 늘어난 한국이 트럼프의 ‘안보 장사’에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트럼프는 16일(현지 시간) 방영된 폭스뉴스의 ‘포크너 포커스’ 타운홀 미팅에서 “한국에 4만 2000명의 미군이 있다. 그들(한국)은 돈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그들에게 돈을 내게 했는데 바이든이 협상을 해서 ‘그들은 더 이상 돈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그들(한국)은 부유한 나라다.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 더 이상 이용당할 수만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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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전날에도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자동지급기)’이라 지칭하며 자신이 재임 중이라면 한국이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6000억 원)를 지불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언급한 100억 달러는 2026년 한국이 지불할 액수의 9배에 가까운 규모다. 미 대선 후보가 이틀 연속으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거론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특히 트럼프가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그가 취임하자마자 한미가 타결한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을 깨고 재협상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주한 미군 주둔 규모를 크게 과장하는가 하면 한국의 분담금과 관련한 ‘가짜뉴스’를 꺼내놓고 있는데 한국을 표적으로 삼기 위한 의도적인 왜곡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의 최근 행보는 미국 대선의 한반도 안보 영향을 분석한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난달 보고서와도 맞닿아 있다. CSIS는 앞서 “트럼프는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면서도 국방비 지출이 적은 동맹국을 가장 경멸한다”면서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동안 한국은 쉽게 트럼프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은 지난해 445억 달러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러한 부분이 트럼프의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국방비로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지출하고 있지만 이 역시 트럼프의 눈높이에는 못 미치는 액수다. 앞서 트럼프의 안보 참모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 국방비가) 미국처럼 3%나 3.5%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예상을 벗어난 외교 방식 역시 한반도 안보 지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참전했다는 첩보가 국제적 논란을 불러올 정도로 북러 협력이 끈끈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과시하고 재임 시 이들과 정상외교를 재개할 것임을 시사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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