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살고 있는 학부모 A 씨는 대치동으로 거처를 옮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자녀가 영재고를 준비하고 있는데 진학을 도와줄 믿을 만한 학원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저출생 여파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초등학생·중학생의 강남 쏠림 현상은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우수한 교육 인프라와 교육열, 타 지역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상위권 대학 진학률과 같은 입시 결과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17일 종로학원이 최근 3년간 서울 25개구 초중학교 전출입 규모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강남구의 초중학생 순유입 규모는 2522명으로 전국 시군구 중 1위로 집계됐다. 순유입은 ‘전입’한 학생 수에서 전학으로 빠져나간 ‘전출’을 뺀 것이다. 이 규모가 2000명을 넘은 곳은 전국에서 강남구가 유일하다. 서울 내 2위인 양천구(775명)와 비교해도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전입 규모 모두 2022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강남 3구로 범위를 넓히면 3000명이 지난해 강남으로 주소를 옮긴 셈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강남 전입은 좋은 학군을 선택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이 정도 규모는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진입 장벽이 높아져 강남으로 가는 학생 수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강남으로 왔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경우 강남·양천·서초·강동·노원·송파 등 6개구, 중학교는 강남·강동·서초·은평·동대문·종로·노원·송파 등 8개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출 인원이 많았다.
주목할 점은 강남 집중 현상이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전국 유초중등, 고등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년 교육 기본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기준 유초중고 학생 수는 568만 474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80만 명 선이 붕괴됐는데 1년 만에 570만 명 선도 무너졌다. 학생 수는 2006년부터 19년 연속 줄고 있다.
특히 올해 유치원생이 49만 8604명으로 지난해보다 2만 3190명(4.4%) 줄었고 초등학생은 249만 5005명으로 10만 8924명(4.2%) 감소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만 학생 수가 13만 명 넘게 줄어든 것이다. 중학생은 133만 2850명으로 6019명(0.5%) 감소했다. 학교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전국 유초중고교 수는 2만 480개교로 지난해 4월 2만 605개교보다 125개교 감소했다. 학령인구 감소세가 가팔라지면서 단성에서 공학으로 바뀌는 학교도 있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송곡여자중학교는 내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구절벽에도 심화하는 강남 쏠림 현상은 사교육 열풍을 키울 수 있는 만큼 공교육 정상화 등을 통해 강남 집중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현실적으로 강남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강남의 한 입시 업체 대표는 “강남에 유명 학원과 강사가 몰려 있고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며 “어려서부터 강남으로 이사를 가는 현상은 일반고·특목고·자사고처럼 고등학교가 분리돼 있는 한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