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부동산 정책 상품 대출을 55조 원 규모로 공급하기로 했다.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으로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한다는 목적이지만 금리 인하기 대거 풀린 정책자금이 가계대출 급증을 이끈 올해 상황이 내년에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책대출이 줄지 않는다면 은행권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그만큼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어 실수요자 피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는 최근 내년 주택도시기금 대출 상품의 운용 계획을 세우면서 신규 공급액을 55조 원으로 설정했다. 올해 공급 규모(55조 원)와 동일한 수준으로 주택 시장에 다시 한 번 대규모 자금을 풀기로 한 것이다. 주택도시기금 대출 상품은 주택 구입용 디딤돌과 전세대출 상품인 버팀목 등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정책대출 공급액을 줄이지 않고서는 가계부채 관리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책대출과 민간대출을 합한 총 가계부채의 연간 증가율을 경상 성장 이내로 제한한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방침으로 이를 감안하면 내년 대출 증가 총액은 85조 원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 내년 신규 정책대출 공급 규모인 55조 원을 상환을 감안한 잔액 기준(공급액의 약 70%)으로 추산하면 약 40조 원으로, 나머지 민간 은행의 대출 증가액은 45조원 이하로 묶어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 폭이 한때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만 올 들어 9월까지 46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결국 내년에도 대출 문턱이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책대출 공급액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민간대출을 제어하기 위한 고강도 규제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는 가계대출 상황을 감안해 내년 신규 정책대출 공급 규모를 보수적으로 정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부처는 공급 규모를 55조 원보다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가계부채 관리와 서민 주거비 문제를 두루 고려해 공급액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