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스라엘 암살작전에 ‘저항의 축’ 지도부 궤멸…"대체자 등장할 것"

하마스·헤즈볼라 고위 지도부 줄줄이 피살

이스라엘, 하마스 제거 ‘열쇠’라고 판단해

“결정타가 될만한 인물은 한 명도 없어”

하마스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사진 왼쪽)가 생전 이스마일 하니예와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하마스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사진 왼쪽)가 생전 이스마일 하니예와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수장이 이스라엘에 의해 잇따라 제거됨에 따라 중동 내 친이란 세력인 '저항의 축' 수뇌부가 사실상 와해됐다는 평가다. 다만, 과거 이스라엘이 하마스 수장들을 여러 차례 제거했음에도 하마스가 건재했던 것처럼 신와르의 죽음에도 당분간 전쟁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군(IDF)은 17일(현지시간)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지난 16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탈 알 술탄 지역 작전 도중 사살했다고 밝혔다. 신와르는 지난해 7월 31일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후 하마스를 이끌어왔다.



'걸어 다니는 죽은 자'로 불리던 신와르는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설계하고 주도해 가자전쟁을 촉발한 인물로 이스라엘의 '1순위 표적'으로 꼽혀왔다. 신와르는 2명의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 살해한 혐의로 이스라엘 감옥에서 20년을 보내오다가 2011년 이스라엘 군인 석방과 관련된 대규모 수감자 교환의 일환으로 석방됐다. 석방된 이후에는 하마스 방첩 업무를 맡아 내부 스파이와 정보원들을 색출해내는 작업을 전담하면서 이스라엘인들에게 '칸 유니스의 도살자'로 불리기도 했다.



하니예 사망 이후 두문불출해오던 신와르는 이스라엘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가자지구 내 땅굴에 은신해온 것으로만 알려졌다. 앞서 신와르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여러 차례 전해졌지만 그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16일 이스라엘군은 라파의 탈 알 술탄 지역을 순찰하던 중 하마스와 조우해 교전을 벌였고, 탱크 포격과 수류탄 공격을 벌여 3명을 살해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은 시신을 회수해 치과기록과 지문 분석 등을 통해 사망자 중 1명이 신와르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지난해 10월 7일 가자전쟁 발발 이후 1년여 만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전쟁 이후 암살작전을 벌여 하마스 지도부 대부분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1월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공습으로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으로 하마스 내 서열 3위이던 살레흐 아루리를, 3월에는 가자지구 중부를 공습해 하마스 군사조직 부사령관인 마르완 이사를 각각 제거했다. 이어 7월에는 하마스 군사조직 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가 역시 가자지구 칸유니스 인근 알마와시를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대대적 공습으로 숨졌다. 데이프는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의 사령관으로 작년 10월7일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다.

헤즈볼라 핵심 인사들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7월 말 베이루트 공습으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오른팔이자 작전계획 고문인 푸아드 슈크르가 사망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를 겨냥한 대규모 표적 공습으로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숨졌다. 당시 공습으로 나스랄라를 정점으로 하는 헤즈볼라 핵심 인사들이 다수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공습으로 헤즈볼라 지휘관급 최소 20명도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나스랄라의 사촌이자 헤즈볼라 집행위원장인 하심 사피에딘이 헤즈볼라의 차기 수장으로 거론됐으나 지난 3일 이스라엘군의 추가 공습 이후 연락이 두절됐고, 지난 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그의 사망을 직접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지도자들을 표적으로 삼는 것이 하마스를 제거하는 열쇠라고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하마스 운동의 결정타가 될 만한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고 경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미국외교협회에 따르면 하마스는 15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진 정치국을 중심으로 산하 슈라의회 등 가자지구 외에도 서안지구 등 각 분야별로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세분화돼있다. 앞서 하니예의 사례처럼 신와르가 사망했더라도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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