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아 신와르가 사망한 가운데 요동치는 중동 정세가 11월 미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동안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휴전 협상에서 신와르라는 존재가 거대한 ‘장애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죽음으로 인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큰 짐을 덜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 시간) “신와르의 죽음은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모두가 승리를 주장하고 다시 같은 배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교착 상태인 휴전 협상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CNN도 “중동 갈등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미국 당국자들은 그간 평행선을 달려온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의견 접근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의 희망대로 중동 정세가 안정되면 해리스 부통령의 막바지 선거운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해리스 부통령은 ‘친이스라엘’ 정책과 관련해 아랍계 미국인과 진보 세력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아랍계가 밀집한 미시간주는 이번 대선의 핵심 경합주로 꼽힌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 선거 유세 중 신와르 사망 소식을 접하고 “‘그 이후의 날(The day after)’을 시작할 때”라며 “이스라엘이 안전해지고 인질이 석방되며 가자지구에서 고통이 끝나야 한다. 팔레스타인 주민은 존엄성과 안전, 자유, 자결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중동 평화’라는 외교적 유산을 남기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방문길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긴급 통화를 하고 휴전 및 인질 협상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다만 신와르 피살로 전쟁의 명분을 확보한 네타냐후 총리가 미 대선을 목전에 두고 바이든 정부와 손발을 맞출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미 언론들은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