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000660)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유럽 출장에 나서 차량용 반도체 등 신시장을 개척한다. 곽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AI) 메모리 1위 등극을 주도한 인물이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곽 사장은 최근 유럽 출장을 떠나 벨기에에 있는 유럽 최대 반도체 연구소 IMEC(아이멕)을 방문했다. 그는 이곳에서 루크 판 덴 호브 최고경영자(CEO) 등 아이멕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아이멕은 벨기에와 프랑스·네덜란드 3국이 공동 설립한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로 반도체 설계와 공정 기술, 소재 등을 비롯해 AI와 생명과학, 미래 에너지까지 다양한 첨단 분야의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구조다.
이번 출장에서 ASML 등 유럽 반도체 소재·장비사 공급망과 현지법인의 사업 점검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최초로 개발한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1c) D램이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AI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ASML이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필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아이멕·ASML과 공동으로 차세대 EUV 개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차량용 메모리와 관련해 완성차 고객과 미팅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에는 메르세데스벤츠·폭스바겐·스텔란티스 등 쟁쟁한 완성차 회사들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다. 인피니언과 NXP·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도 포진해 있다. 곽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유럽 시장에 대해 “중국이나 미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오토모티브(차량용 반도체)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면서 고객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기술력을 앞세워 구글 산하의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업체 웨이모의 로보택시에 3세대 제품인 HBM2E를 납품하고 있다. 뒤이어 4세대 제품인 차량용 HBM3 양산도 준비하고 있다. LPDDR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다른 제품군에서도 공급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반도체 기업 중 최초로 유럽이 제정한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표준인 오토모티브 스파이스 레벨 2를 획득하기도 했다.
전기차 캐즘(수요 부진)으로 전방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차량용 메모리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차량 내 반도체 개수가 많아지고 필요 성능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장기 미래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서 반도체 제조사들은 꾸준히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메모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63억 달러에서 2028년 129억 달러(약 17조 6665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