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 업계에서 중국산 후판에 대해 ‘잠정덤핑방지관세’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반덤핑 조사가 최대 1년이 소요되는 만큼 이 기간에 발생하는 피해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최근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 중국산 후판에 대한 ‘잠정덤핑방지관세’를 무역위원회에 건의 중이다. 올 7월 반덤핑 제소를 제기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잠정덤핑방지관세는 덤핑 관련 최종 결론이 나기 전 임시로 부과되는 관세다. 무역위가 약 3개월간 진행되는 예비 조사에서 ‘덤핑 사실 및 국내 산업 피해’ 관련 ‘긍정 판정’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조사 완료 시까지 수입하는 물량에 대해서도 관세 적용이 가능하게 된다.
국내 철강 업계가 잠정관세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본조사 완료까지 최대 1년이 걸리는 만큼 내년 말까지 덤핑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현재까지 무역위가 본조사에서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이전 물량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시차를 악용하며 조사 기간 중 중국산 덤핑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산 후판에 대해 무역위 및 기획재정부가 잠정덤핑방지관세 조치를 승인할 경우 예비 조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초부터 당장 관세 부과가 가능해진다. 특히 잠정관세 적용 기간이 최대 9개월인 만큼 사실상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세가 계속 부과된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중국산 후판 덤핑 사실 조사 개시 결정 자체가 중국의 불공정거래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근거”라며 “조사 기간 중 발생하는 피해도 막기 위해서는 잠정덤핑방지관세 도입 혹은 소급 적용이 필수인 만큼 덤핑 ‘긍정 판정’을 받기 위해 적극 조사에 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무분별한 저가 후판 수출 탓에 사업 피해가 크다고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통상 국산 대비 중국산 후판 가격은 15%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9월까지 중국산 후판은 총 88만 7000톤 수입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81만 9000톤)보다도 10% 가까이 늘었다.
한편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산 후판 사용을 늘리는 이유는 단순히 가격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들의 경우 후판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할 경우 선박 납기일자를 맞추지 못해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철광석 가격 상승에 따른 대규모 후판가 인상으로 국내 조선사의 실적 개선이 늦춰졌던 전례가 있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