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기술개발인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구자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

2027년 AI 등 4대 신기술 분야 6만 부족

의대 쏠림·저출생 극복 위한 정책 펼쳐야

'기술개발인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 제언

구자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구자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




세계 각국은 첨단 산업을 주도할 혁신 역량 확충을 위해 우수 인재 확보 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 중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기술 관련 인력에 대해서는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우위 선점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2027년까지 AI·클라우드·빅데이터·나노 등 4개 주요 신기술 분야에 약 6만여 명의 연구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으며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첨단 기술 관련 대학 계약학과의 중도탈락생은 최근 5년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년들이 혁신에 도전하기보다 당장의 고소득에 안주하는 현실은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국가적 대안이 필요한 이 시기에 정부는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우수 과학기술 인재 확보를 위한 ‘과학기술 인재 성장·발전전략’을 발표했다. 과학기술 인재가 꿈과 능력을 마음껏 펼치는 사회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성장· 발전하고 직장에서 원하는 목표를 성취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환경 조성을 약속했다. 국가 차원의 전방위적 인력양성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연구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산업계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관련기사



산업계 기술인력 부족은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대안 마련과 더불어 교육 시스템의 개혁, 중소기업 일자리 질 제고 등의 굵직한 이슈와 엮여있어 단기간에 해결해 나가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효과적인 지원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제일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이 먼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할 부분은 기술 개발 인력들이 우대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장시간의 노력과 투자가 수반되는 기술 개발의 특성상 이들이 몰입해 연구하고 인정받음으로써 자긍심을 키우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 혁신성장의 주역인 우리 기술개발인들을 언제까지 ‘숨은 공신’으로 취급할 것인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기반인 기업부설연구소가 최초로 인정된 10월 24일을 기념해 ‘기술개발인의 날’로 지정하고 기념식 개최를 통해 성과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올해 3회째를 맞아 산업계 혁신에 앞장선 기업 기술개발인을 선정해 시상하는 ‘우수연구자상’을 신설, 그들의 성과와 공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기회를 만들었다. 또 정부·국회와 협력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근거 법안 제정에 적극 힘쓰고 있다.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국민적 관심과 주목을 이끌어내고 사회적으로 이들의 노력과 성과를 기린다면 사기진작과 동기부여에 이보다 더 효과적인 정책도 없을 것이다.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장기 저성장을 돌파할 수단은 오직 기술혁신뿐이며 이를 이끌어갈 기술개발인의 확보와 양성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기업의 힘만으로 난관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다. 46만 명 기술개발인들이 사그라지지 않는 열정으로 다시 한번 위기와 도전을 기회로 만들어가도록 정부와 국민이 함께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