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서울 강남·서초·송파 ‘강남 3구’의 고액 자산가를 고객으로 잡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산관리 특화 점포인 프라이빗뱅커(PB)센터를 경쟁적으로 오픈하고 각 은행별 ‘에이스’를 집중 배치해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2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전국 PB센터 77곳 중 38곳이 강남 3구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 말 기준 인구 약 7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한 강남 3구 고객을 위해 전체 PB센터의 절반인 49.4%를 강남 3구에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 PB들에 따르면 강남 3구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다. 각 은행 PB센터의 최우선 과제는 고액 자산가 확보. 강남 3구 고객들의 평균 투자 규모는 약 10억 원으로 2억~3억 원에 불과한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게 현장 PB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강남권 PB센터의 한 지점장은 “초고액 자산가를 확보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지점의 자산관리 규모가 수백억 원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며 “강남권 자산가들은 ‘충성도’가 낮아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없이 수십억 원을 인출해 다른 곳으로 옮겨버리는 경우도 흔하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게 다른 금융사로 간 고객이라도 잠재 고객으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은행 PB들에게는 강남 3구가 치열한 경쟁의 장임과 동시에 기회의 발판이기도 하다. 강남 3구, 이 가운데서도 초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지점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경우 임원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초고액 자산가 대상 점포에 근무하는 한 PB는 “고액 자산가를 상대한다고 월급을 더 많이 받지는 않지만 PB라면 한 번쯤은 VIP센터에서 일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사람을 만나보고 대화를 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것 자체가 값진 경험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