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를 통해 ‘고기를 더 잡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그랜드홀에서 만난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AI를 업무에 광범위하게 적용시키는 이유를 이 같이 밝혔다. AI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작업이 ‘고기 잡는 비용을 아끼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이날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부서 단위로 참여한 ‘동원GPT 경진대회’의 결선 심사 위원으로 참석했다. 동원GPT는 그룹 측이 올해 2월 도입한 오픈AI 기반 자체 플랫폼이다. 김 회장은 “(AI의 도입은) 기업 분위기가 중요하다”면서 “직원들이 재미를 갖도록 하는 게 대회 개최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식품 업계 내에서 동원그룹처럼 업무 전반에 AI를 적용한 사례는 드물다. 김 회장 주도 아래 동원그룹은 이메일이나 보고서 작성 등 사무작업은 물론, 참치 등급을 선별하거나 어군을 탐지할 때도 AI를 활용중이다. 통조림 속 가시를 검출하는 일부터 제품의 포장 용기 디자인, 물류센터의 재고관리도 마찬가지다. 김 회장은 “후발 주자가 따라오는 데 큰 시간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빨리 가면서 최적화까지 거치면 이노베이터,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진대회에서 임직원들은 다양한 AI 활용법을 발표했다. 동원산업 해양수산본부가 다국적 선원들의 음성 번역과 조업 상황 확인을 돕기 위해 내놓은 솔루션 ‘튜나 버디’가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기존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효율을 올리고 나아가 부가가치를 창출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원그룹이 AI를 발빠르게 도입·활용한 것은 창업주이자 김 회장의 부친 김재철 명예회장 덕분이다. 김 회장은 “향후 수년 간 한국이 잘 살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는 게 명예회장의 생각”이라면서 “AI가 하나의 산업으로서 뿐 아니라 기존 사업과 융합됐을 때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장 취임 7개월을 맞은 그는 신년사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룹의 ‘혁신’과 ‘스피드’에 계속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김 회장은 “경영은 결국 인풋 대비 아웃풋이 어떻게 나느냐의 문제”라면서 “결과가 빨리 나와야 하기에 더욱 혁신과 스피드를 강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