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업계가 슈퍼리치 대상 영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매출 감소분을 슈퍼리치의 큰 씀씀이로 상쇄하기 위해서다.
24일 BC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 전체 매출은 2020년에 비해 42% 감소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명품 수요가 크게 꺾였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약 24% 감소했다. 이 기간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미만 카드 결제 건수 역시 2020년에 비해 35% 줄었다. 명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반면 올해 3분기까지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한 번에 1000만 원 이상 카드를 긁은 건수는 2020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VVIP들은 통 큰 소비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이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쓰는 1회 평균 결제 금액도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실제로 청담동 명품거리 내 귀금속 업종 1회 평균 결제 금액은 몇 년째 변동 없이 8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가 매년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결제 금액이 줄어든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강남구 내 전체 소비가 줄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 BC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강남구 전체 지역의 카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줄었다. 반면 1만 원 이하 소액 결제 건수는 오히려 7% 늘었다. 강남권 전역에 ‘짠물 소비’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2022년 엔데믹과 함께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강남구 삼성동의 한 함바집은 한 끼 9000원 가격에 가성비 한식뷔페를 제공해 인근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고물가 및 고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강남 일대 직장인들이 고물가에 주로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가성비 식당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BC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강남구 내 전체 요식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