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함께 방산 생산 현장을 찾아 한화의 '통합 방산 역량’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화그룹과 폴란드는 10년 전 K9 자주포를 시작으로 이어져 온 방산 협력을 육해공 전 분야로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빈 방문 중인 두다 대통령이 25일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3사업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외국 정상이 한화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다 대통령은 김 부회장과 함께 K9 자주포 등 주요 생산 라인을 둘러봤다. 이어 K9, 천무, 다목적 무인 차량, 천궁 발사대, 차륜형 병력 수송 장갑차 타이곤 등 10여 개 무기 체계의 기동 시연도 참관했다. 한화가 생산 중인 항공엔진, 소형 합성개구레이다(SAR) 위성 등도 같이 관람했다. 회사에 따르면 두다 대통령은 한화의 육해공 통합 방산 솔루션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양측은 방산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두다 대통령에게 최신 전투형 장갑차인 레드백과 장보고-III(KSS-III) 배치(Batch)-II 잠수함을 소개하는 등 직접 ‘세일즈’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폴란드의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 부회장은 “기술 이전 및 현지화로 폴란드의 국방력 강화는 물론 공동으로 3국 수출도 추진할 것”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신뢰받는 파트너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10년간 이어져 온 방산 신뢰를 재확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김 부회장은 “올해는 폴란드와 2014년 크랩 자주포 차체 공급계약을 체결한 지 1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한국과 폴란드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전략적 동반자로 국제 평화를 견인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한화는 2014년 K9 차체 120여 대를 폴란드에 수출하며 본격적으로 방산 협력을 시작했다. 2022년에는 K9 212문과 천무(호마르-K) 218대 등 총 8조 2000억 원의 수출 계약을, 지난해에는 K9 152문과 천무 72대 등 5조 6000억 원 규모의 2차 계약을 체결하는 등 양측 간 협력이 커지고 있다.
행사에는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홍남표 창원특례시장, 임훈민 주 폴란드 한국 대사, 원종대 국방부 전력정책관, 신상범 국방기술품질원장, 야첵 시에비에라 폴란드 국가안보실장,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대표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한화는 한편 폴란드를 넘어 미국과도 함정 유지·보수·정비(MRO)를 시작으로 방산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전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스티븐 쾰러 미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과 만나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점검했다.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미국 해상수송사령부(MSC) 함정의 MRO 사업에 대한 추가 논의를 진행했다.
김 부회장은 “월리 쉬라함 프로젝트를 통해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 관리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고 있다”며 “한화오션이 보유한 기술력과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인수한 필리 조선소 등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미 해군 전력 증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8월 미 해군 함정 MRO 첫 프로젝트로 월리 쉬라함 창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배수량 4만 톤급의 함정으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4개월간의 정비 작업을 진행한 뒤 내년 1월 미 해군 측에 인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