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전격적으로 참전을 결정한 북한이 정작 주민들에게는 전혀 이를 알리지 않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대외 매체에서 파병 사실을 간접 시인한 것과도 상반된다. 북한 내부에서도 군인 가족을 중심으로 파병 소식이 확산하는 상황인데, 파병된 군인 가족들이 크게 오열한 나머지 얼굴이 상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2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대내 매체들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과 관련해 외무성 부상이 전날 밝힌 입장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앞서 김정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 “최근 국제보도계가 여론화하고 있는 우리 군대의 대러시아 파병설에 유의하였다”며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불법으로 묘사하고 싶어하는 세력들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파병을 명시적으로 확인하진 않았지만 합법한 조치라는 주장을 통해 파병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에겐 이를 전혀 알리지 않는 상황이다.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전쟁터로 아들, 딸을 보냈다는 소식까지 주민들에게 공유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 주민들에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 당국이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러시아 파병 소식을 접한 북한 군인의 가족들이 오열한 나머지 얼굴이 크게 상했다는 이야기도 북한 내부에서 들려오고 있다고 한다. 이에 북한 당국이 파병 군인 가족을 효과적으로 통제·관리하기 위해 모처로 집단 이주·격리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국정원은 북한군이 현 상황에서 전선에 투입될 경우 사망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파병 소식 대신 러시아와의 우애는 강조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 형식을 통해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미국이 길러낸 버릇 나쁜 개’라고 비난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기지를 직접 방문하며 북러 협력을 드러내는 식이다.
이번 파병을 계기로 북러 협력이 혈맹으로 발전한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된다. 병사들의 월급을 통한 외화벌이 뿐 아니라 석유, 식량과 같은 자원들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같은 핵심 군사 기술까지 건네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금까지 러시아에 보낸 병력 규모가 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연말까지 총 1만명가량을 파병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