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국제대회 ‘사이배슬론’에서 우승했다. 최근 새로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웨어러블 로봇을 출전시켜 4년 전에 이어 2연속 우승을 기록했다. ★본지 10월 25일자 2면 참조
KAIST는 공경철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엑소랩·무브랩·엔젤로보틱스 공동 연구팀이 27일 열린 제3회 사이배슬론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이배슬론은 로봇 기술로 장애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스위스에서 처음 개최된 국제대회다. ‘사이보그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올해는 웨어러블 로봇, 로봇 의수, 로봇 의족, 로봇 휠체어 등 8가지 종목을 합쳐 26개국 71개 팀이 참가했다. 웨어러블 로봇 종목에서는 6개팀이 겨뤘다.
연구팀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보행을 돕기 위해 최근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F1’으로 출전했다. 워크온슈트F1은 로봇이 휠체어를 탄 사용자에게 직접 걸어와 도킹하는 기능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보행속도 역시 시속 3.2km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4년 전 제2회 대회에서 우승한 ‘워크온슈트4’보다 출력밀도를 2배로 높였다.
연구팀은 올해 대회 난이도가 기존과 비교해 특히 높아졌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연구팀들이 하반신마비 장애인을 일으켜 걷는 것도 버거운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는데 올해 대회는 지팡이 없이 걷도록 한다거나 양손을 사용해 칼질을 해야 하는 등 무리한 미션이 많이 등장했다. 연구팀은 좁은 의자 사이로 옆걸음, 박스 옮기기, 지팡이 없는 자유 보행, 문 통과하기, 주방에서 음식 다루기 등의 임무들을 6분 41초 기록으로 성공했다. 각각 2위, 3위를 차지한 스위스와 태국 팀은 주어진 10분을 모두 사용하면서도 2개 미션을 수행하는데 그쳤다.
출전팀 주장을 맡은 박정수 KAIST 기계공학과 연구원은 “우리 스스로와의 경쟁이라 생각하고 기술적 초격차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며 “아직 공개하지 않은 워크온슈트F1의 다양한 기능을 계속해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직접 경기에 나선 하반신 마비 장애인 선수 김승환 연구원은 “세계 최고인 대한민국의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내 몸으로 알릴 수 있어서 너무나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