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취임 2주년' 이재용, 전장부터 챙겼다 [biz-플러스]

이재용·정의선 4년만 공식석상 회동

아키오 회장과는 12년만

완성차 업계와 '전장 동맹' 기틀

미래 먹거리서 네트워크 강점 발휘

정의선(앞줄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오른쪽) 삼성전자 회장, 조현범(〃 왼쪽)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27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참석해 행사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정의선(앞줄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오른쪽) 삼성전자 회장, 조현범(〃 왼쪽)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27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참석해 행사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지난 27일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그룹 회장을 만났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1·3위 수장들과 파트너십을 도모하며 전장 사업 협력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전장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삼성전자와 완성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현대차그룹 간 니즈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양 사 기술 협력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을 찾았다. 이 자리에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도 함께했다.

이 회장은 완성차 업계와의 파트너십 강화 차원에서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와 스킨십을 확대해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 전장 사업 입지를 넓히고 협력 강화를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도요타와 현대차그룹은 각각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1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판매 대수는 도요타 516만 대, 현대차그룹은 362만 대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만난 건 이 회장(당시 부회장)이 2020년 삼성SDI 천안 사업장으로 정 회장을 초청한 후 처음이다. 당시 두 사람은 전고체 전지 관련 협력을 논의했다. 도요다 회장과 만난 건 2012년 사장 시절 댄 애커슨 당시 미 제네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 겸 CEO 등과 릴레이 회동을 가진 이래 12년 만이다.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과거 재계의 ‘영원한 라이벌’ 관계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협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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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삼성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현대차 아이오닉5에 공급한 데 이어 제네시스 GV60에 삼성전자의 차량용 이미지센서가 탑재되며 두 그룹의 협력이 본격화했다. 지난해 6월에는 삼성전자가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현대차에 공급하며 협업에 속도가 붙었고 같은 해 10월에는 삼성SDI가 현대차의 유럽 생산 전기차에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 동안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올해 들어서는 스마트홈과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연동하는 내용의 기술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협력 분야를 부품 중심에서 소프트웨어(SW)까지 넓혔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 위기론 속에서 취임 2주년을 맞은 이 회장의 행보가 완성차 업계와의 만남이라는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전기차 관련 부품 사업에서 이 회장이 자신의 강점인 네트워크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사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미국에 배터리 셀·모듈 합작법인을 세우고 북미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는 데에는 이 회장이 과거 스텔란티스의 최대주주인 엑소르 사외이사를 지내며 존 엘칸 스텔란티스·엑소르 회장과 친분을 쌓은 것이 막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재용(왼쪽 세 번째) 삼성전자 회장과 일론 머스크(〃 네 번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3년 5월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이재용(왼쪽 세 번째) 삼성전자 회장과 일론 머스크(〃 네 번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3년 5월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이 회장은 정 회장을 비롯해 주요 완성차 업계 경영진과의 만남도 꾸준히 이어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미국 출장 기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완전자율주행 반도체 공동 개발을 비롯해 차세대 정보기술(IT) 개발도 함께하고 있다. 앞서 2022년 12월에는 방한한 올리버 칩세 BMW그룹 회장과 만나 삼성SDI의 P5 배터리셀이 적용된 BMW의 최신 플래그십 전기차 ‘뉴 i7’과 BMW 드라이빙 센터를 살펴보기도 했다.

삼성그룹 전반에 걸쳐 전장 가치사슬 구축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 이 회장이 2017년 9조 원을 투자해 인수한 하만의 경우 인수 첫해인 2017년에는 6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1조 173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8월 퀄컴의 프리미엄 차량용 플랫폼인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 설루션에 탑재되는 차량용 메모리 LPDDR4X에 대한 인증을 획득하며 본격적인 제품 공급을 시작했고 9월 업계 최초로 8세대 V낸드를 적용한 PCIe 4.0 차량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개발했다. 이 회장은 전장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업을 맡고 있는 삼성전기(009150)의 필리핀 칼람바 공장을 방문해 인공지능(AI)과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노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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