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 성적을 높이기 위해 의료용 마약류에 손을 대고,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정신과를 찾는 학생들이 서울 강남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가 선망하는 ‘교육 1번지’지만 정작 학생들은 마음의 병을 앓는 경우가 많아 화려한 외양에 가려진 그늘이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많이 얀센의 ‘콘서타’ 처방이 이뤄진 곳은 강남구(6만 6227건)였다. 이어 송파구(4만 5104건), 서초구(4만 4873건) 순으로 이른바 ‘강남3구’에서만 15만 건이 넘는 처방이 이뤄졌다.
콘서타는 본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지만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콘서타 처방 건수는 전국적으로도 2019년 36만 3763건에서 2023년 120만 1701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콘서타는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돼 오남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콘서타의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은 뇌 속의 도파민 농도를 높여 일시적으로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지만 오남용 시 두통, 불면증, 식욕 감소 등 부작용은 물론 심각한 경우 환각, 망상, 자살 시도까지 일으킬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0대 마약사범은 1477명으로 1년새 3배가 늘었는데 93.3%가 식욕억제제와 ADHD 치료제 등 향정신성 약물 사범이었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에 마음의 병을 앓는 학생들도 서울에서 강남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심평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강남3구에서 아동·청소년을 진료한 정신과 병원은 215곳, 환자 수는 2만 3374명으로 서울 전체에서 각각 36%, 35%를 차지했다. 학원이 밀집해 있는 대치동 일대의 소아청소년 정신과 병원은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다.
학교폭력도 빈번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구의 학폭 심의 건수는 48건으로 21년(18건), 22년(33건) 이어 쭉 증가해 노원·강서·은평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송파구도 44건으로 강남구에 이어 5위에 올랐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과도한 입시 경쟁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가 무한 경쟁, 승자 독식의 실력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단순히 입시 제도를 개선한다고만 해결될 게 아니다”라며 “강남은 이 같은 경쟁사회의 최정점에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더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