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사우디아라비아 열병합발전소에 이어 총사업비 3조 원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수주를 눈앞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프로젝트에서 경쟁사보다 낮은 발전 원가를 제시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전력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한전은 사우디전력조달공사(SPPC)가 21일(현지 시간) 발표한 ‘제5차 국가 재생에너지 프로그램(NREP) 태양광 프로젝트’ 4개 사업 가운데 3개 사업의 최종 후보(쇼트리스트)에 포함됐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번 태양광 프로젝트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의 일환으로 △알사다위(2000㎿) △알마사(1000㎿) △알헤나키야2(400㎿) △라빅2(300㎿) 등 4개로 구성돼 있다. 총발전용량이 3700㎿로 사업비만 80억 리얄(약 3조 300억 원)에 달한다.
한전은 이 중 알사다위와 알헤나키야2·라빅2 등 3개 프로젝트의 쇼트리스트에 올랐다. 한전은 3개 프로젝트 모두 경쟁사보다 낮은 발전 원가를 써내 1순위 후보로 꼽힌다. 이 사업은 민간자본이 건설한 후 소유권을 보유하고 직접 운용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프로젝트 사업자는 SPPC와 25년간 전력구매계약을 맺는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 조건만 보면 한전의 수익률이 6% 안팎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업 참여를 추진 중”이라며 “총 3개의 개별 사업 여건이 서로 달라 최종 수주 여부 및 규모는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한전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화에 맞춰 해외 사업을 성공적으로 다각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거점 진출 국가인 필리핀과 멕시코·요르단을 넘어 올해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호주 등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의 해외 사업 누적 매출액은 총 41조 8000억 원이다. 해외 원전 사업 매출은 21조 5000억 원으로 전체의 51.4%에 달한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해외 사업 매출액이 원전을 포함해 2조 600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3%를 차지했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현재 17개국에서 수행 중인 해외 프로젝트를 더욱 확대해 해외 부문에서의 추가 수익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한전의 재무 정상화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전은 해외시장 공략과 일부 전기요금 인상에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FN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3조 1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1년 2분기 이후 최대 흑자 규모다. 24일부터 적용된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 9.7% 인상분까지 반영되면 올 4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도 누적 적자 41조 원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요금 인상에 따른 연간 환산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6000억~7000억 원 수준이다. 총부채가 203조 원에 달하는 한전은 차입금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기준 하루 이자로 122억 원, 1년 이자로 4조 4000억 원을 내고 있다. LS증권은 “2027년 21대 대선 이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를 상당 부분이라도 해소하기에는 이번 한 차례 인상만으로 부족하다”며 “(지난해에 이어)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해 용도별 가격 차이가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좁혀졌다는 점에서 향후에는 일반용·주택용 전기요금도 함께 인상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추가 요금 인상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 국정감사에서 “향후 지속적으로 정상화 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면서도 "올해는 더 이상 (전기요금을 인상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