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전력망에 막힌 풍력에너지…"전기 생산해도 못팔아"

전남 영광 재생에너지 사업 현장 가보니

전력 타지에 보내야 자금 회수

용량 포화땐 계통 연결 제한돼

발전기 개발 실증도 차질 우려

전남 영광백수풍력단지에 들어선 풍력 설비의 모습. 영광=박신원 기자전남 영광백수풍력단지에 들어선 풍력 설비의 모습. 영광=박신원 기자




이달 26일 전남 영광군 염산면 월평마을. 영광군 시내에서 17㎞ 떨어진 작은 마을에 도착하자 푸른 대파밭이 펼쳐졌다. 전형적인 농촌 풍경을 지닌 이곳에 국내 최초의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추진된다.



이 사업은 총 50억 원의 사업비로 3㎿ 규모의 발전 시설을 건립하는 주민참여형 프로젝트다. 내년 2월 설비 설치를 완료하고 시험 가동을 할 예정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사를 짓는 농지에 3~5m 간격으로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농작물 재배와 태양광발전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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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력 생산이 아닌 전력망 계통 연결이다. 지역에서 사용하고 남은 전력을 수도권 등 다른 곳으로 보내야 발전 시설이 경제성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이를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한국전력은 9월부터 용량이 포화된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해 2031년 12월까지 계통 연결을 제한하기로 했다. 영광군에 들어설 영농형 태양광 설비 역시 계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을 맞게 되는 셈이다.

사업 시행을 맡은 서천일 승화기술 이사는 “2026년 완공되는 서영광변전소에 연결해 전력을 보낼 계획”이라며 “전력 계통 연결과 관련해 한전만 바라보고 있는 형편”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재생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남 지역의 태양광발전소는 총 2만 4579개소로 전국 발전소의 14.8%를 차지한다. 전남의 전기 사업 허가는 총 4만 2051건에 달하지만 이 중 사업이 개시된 곳은 1만 8042곳으로 42%에 불과하다. 전북 지역은 총 4만 9741건의 전기 사업 허가 중 62%에 해당하는 3만 850건의 사업이 개시된 상태다. 전남 영광군의 풍력발전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남 영광 풍력 실증·인증 단지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8㎿급 풍력발전기와 유니슨의 8~10㎿ 풍력발전기 개발을 위한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남테크노파크센터 관계자는 “전남 지역 신재생에너지 계통 접속 제한으로 국가사업을 위해 실험하는 풍력기의 접속 용량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며 “전기 소비량이 많지 않은 봄과 가을철에는 출력을 제한해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국회에서 전력망 특별법이 빨리 통과돼야 이 같은 계통 접속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전력망 특별법은 국가기간전력망확충위원회를 설치해 전력망 건설을 패스트트랙으로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병준 대한전기학회장은 “2050년까지 전력망이 2.3배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송전망 준공 기간을 줄이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전력망 특별법 통과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남 지역에 계통이 연결되지 않은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굉장히 많아 심각한 수준”이라며 “서해안 초고압직류송전(HVDC)도 2036년 이후로 계획돼 있어 당분간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종=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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