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8년전 美 대선뒤 환율 6%↑…"트럼프, 의회 장악땐 파장 커져"

[복합위기 닥친 韓]

美 국채금리 급등땐 물가 악영향

환율 1400원대 진입 가능성 고조

미중 무역갈등 심화에 수출 타격

정부 예상보다 성장률 나쁠 수도

내년 취업자 11.5만명 증가 그칠듯

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매카미시 파빌리온에서 개최된 선거 유세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매카미시 파빌리온에서 개최된 선거 유세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 유세를 앞둔 28일(현지 시간) 판매용 선전물들이 미 동부 필라델피아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 유세를 앞둔 28일(현지 시간) 판매용 선전물들이 미 동부 필라델피아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음 달 5일(현지 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의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 대통령 선거와 맞물린 상·하원 선거를 공화당과 민주당 중 누가 가져가느냐와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의 경기 둔화가 뒤엉켜 국내 수출과 물가 및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를 지낸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트럼프가 당선되고 상·하원도 공화당이 장악하면 각종 무역 규제와 같은 트럼프 정책의 파괴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경제는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경기 침체의 문턱에 서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환율 급등에 따져야 할 변수가 늘었다. 대한민국호가 처한 경제 상황과 복합 위기의 전망을 분야별로 알아본다.

◇환율 1400원 선이 ‘뉴노멀’ 될 수도=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1.5원 오른 1386.5원에 마감했다. 6거래일 연속 1380원 대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90원 대를 넘나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환율이 더 상승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가 깜짝 당선됐던 2016년 연말 당시 환율은 트럼프가 승리한 11월 8일 1135원에서 연말 1208.5원으로 약 두 달 만에 6.48%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1400원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 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정도까지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도 “엔화 및 위안화 동반 약세, 유가 불안, 국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쇼크,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원화 약세 심리를 부추기는 재료가 넘쳐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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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누가 되든 인플레이션 압력…미 국채금리 급등 전이 우려”=환율 급등 시 물가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재정적자를 늘리는 정책을 예고하고 있어 누가 되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는 게 월가의 예상이다. 이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 중국산에 60%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바 있어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 국채금리 급등에도 영향을 준다. 재정적자와 물가 우려에 시장에서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4.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10년물 금리는 4.28% 수준이다. 경제학자인 에드워드 야데니는 “두 사람 다 재정적자 감축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에 따른 여파다. ‘미 국채금리 급등→한국 국고채 금리 상승→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 “연말까지는 상승세 유지…미중 갈등에 내년 무역 급감 우려”=이론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실적이 나아지지만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생산이 늘면서 환율 상승의 긍정적 효과는 줄어든 상황이다. 반면 누가 미 대선에서 승리하든 예견된 미중 갈등은 큰 리스크 요인이다.

미중 갈등이 글로벌 무역 규모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수출국인 한국에는 악재다.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은 트럼프의 보편 관세 공약이 실현되면 글로벌 무역에 약 1조 달러(1380조 원) 규모의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 낙관적인 정부·한은…성장률 예상보다 낮을 수도=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상대적으로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도 민간소비 성장률을 정부(2.3%)보다 낮은 1.9%로 관측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정부 전망(2.2%)보다 낮은 2.1%을 나타낼 것이라고 봤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은 내년 경제가 상저하고 양상을 띨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여기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내수 부양 효과가 올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수출 피크아웃과 내수 불안으로 내년 경기는 올해보다 좋지 않은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짚었다.

◇일자리 60대가 고용 이끌어…취업자 수 지속 하락=경기 후행지표로 꼽히는 고용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 당장 올해 1~2월 30만 명대를 기록했던 취업자 증가 수는 지난달 기준 14만 4000명으로 떨어졌다. 예정처는 내년도 취업자 수가 정부 전망(17만 명)보다 적은 11만 5000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60대가 이끄는 ‘역피라미드’ 형태의 고용 구조도 문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용지표는 코로나19 이후 서비스업 부문에서 급증하면서 일종의 거품이 있었다”며 “수출 경기가 나쁜 데다 건설 업황도 정체돼 고용시장도 점점 안 좋은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세종=조윤진 기자·세종=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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