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9일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 여부를 각 대학의 자율 판단에 맡기기로 하자 의료계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한 목소리로 환영했다.
의대 학장들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의대생 휴학에 관한 의료계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대학은 개인의 자유 의지에 따라 제출한 휴학계를 규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의학회 역시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파행적으로 운영된 의과대학 학사로 인해 발생한 의학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조치"라며 "의대생의 자유 의사에 의한 휴학 신청이 조속히 승인되기를 바란다"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대한의학회는 대한내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등 26개 진료과별 전문학회가 참여하는 단체다.
이들 두 단체는 앞서 지난 22일 "전문가 단체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의료계 단체 중 처음으로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사직 전공의 등 의료계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전제 조건으로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내걸었다.
올 2월 의료공백 이후 ‘휴학 불가’ 방침을 고수하던 정부가 이달 6일 ‘조건부 제한적 휴학’을 허용하기로 한 데 이어 이날 ‘조건 없는 휴학계 승인’까지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지지부진하던 여야의정 협의체도 추진력을 얻게 됐다.
의학회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협의체 참여를 두고 의료계 내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의 걱정도 이해한다"고 운을 뗐다. 다만 현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붕괴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고 못박았다.
이들은 "협의체가 의료계의 시급한 현안을 논의하는 마중물이 되고, 참여의 원칙으로 제시한 현안들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야당의 참여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협의체에 참여해 명실상부한 '여야의정협의체'가 꾸려지고, 모든 당사자가 진정성을 가지고 논의에 임해야만 의미 있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입장문을 내고 “이제라도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한 것은 교육부가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본다”며 “무엇보다 제자인 의대생들의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한의학회와 KAMC가 요구했던 ‘조건 없는 휴학’ 처리를 정부가 승인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발표가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며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에 내려졌던 부당한 압박과 인권침해를 거둬들이고 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복귀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태도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정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별도 입장문을 내고 “이제라도 교육부가 현실의 일부를 직면하여 대학의 자율적인 조건없는 휴학 승인을 존중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현재 혼란의 원인이 된 2025년도 의대 정원 졸속 증원과 소위 ‘필수의료 패키지’를 즉시 폐기하고 그에 합당한 가능한 수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 2026년 정원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잘못된 결정으로 시작된 이 사태를 바로잡으려면 정치적 협상 보다는 젊은 의학도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면서 제대로된 의료개혁 정책의 수립과 시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 추가적인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의 손정호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적법한 휴학계를 승인하는 것은 당연지사”라면서 “여지껏 휴학계를 막고 있던 것은 교육부였음을 학생들은 잊지 않을 것이다. 그 외 변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열쇠를 쥐고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갖고도 협의체 불참 입장을 견지한 채 "2025년도 증원 철회 없이는 내년 봄에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의협 역시 협의체 참여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