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터리]문화주도성장을 말하기 전에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1990년대에 접한 마이클 잭슨은 경외의 대상이었다. 익숙하되 다른 세계 사람 같았다고 할까. 30여 년 사이에 세상이 달라졌다. ‘21세기 마이클 잭슨’ 브루노 마스가 한글로 쓴 소감을 봤다. “한국 팬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첫 음방(음악방송) 1위 해서 아침 내내 울었어요.”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아파트(APT.)’가 신드롬급 인기다.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4위. 발매 1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한국의 문화 코드로 세계를 유혹한다. 여지없는 소프트파워의 사례다.



소프트파워는 강압이 아닌 매력으로 원하는 걸 얻는 힘이다. 개념의 창시자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다. 그에 따르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건 포화가 아니다. 철의 장막을 넘어선 서구의 문화가 견고한 냉전의 벽을 허물었다. 이 점에 착안해 산업 정책을 쇄신한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 정부는 1998년 창조산업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영화와 TV, 음악은 물론 공연예술과 디자인‧건축 등이 창조산업으로 지정됐다. 이미 26년 전 개인의 창의성이 소득과 고용의 원천이라는 점을 인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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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늦었던 건 아니다. 2006년은 변곡점이다. 그해 임기를 시작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문화와 디자인을 전면에 내걸었다. 도시의 매력을 키워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부(富)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이때 잉태한 개념이 소프트 시티다. 문화와 예술이 유유히 흐르고, 콘텐츠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다. 세계적 명소로 거듭난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는 그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한강 르네상스는 한강이 가진 문화‧경제적 가치를 부각하는 브랜드 기획이다. 유휴 공간을 활용한 창작공간 조성 사업도 기억할 유산이다.

새삼 과거 얘기를 꺼낸 건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가 내놓은 구호 때문이다. 문화주도성장. 한참 뒷북이지만 방향은 잘 잡았다 싶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곤 생각이 달라졌다. 김민석 총괄본부장이 말했다. “문화 주도 성장 전략은 품격 있는 기본사회를 상징하는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기본사회를 얹은 속사정이야 짐작은 간다. 그래도 너무 나갔다. 거칠게 풀이하면, 말이 기본이지 실상 관(官)이 주도하는 사회다. 개성이 연료인 컬처노믹스와 상극이다. 야당이 해소해야 할 의문이다.

흔히 문화는 ‘경제와 상관없는 그 무엇’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문화 없는 도시엔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그런 곳에 투자가 모일 리도 없다. 문화와 경제는 이렇게 한 몸이 된다. 십수 년 전 이런 얘기를 할 때면 뉴욕 사례를 들었다. 지금은 서울에 문화와 디자인이 없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하는 것으로 족하다. 민주당은 애써 외면하지만 말이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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