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새 시대 종교 시설' 현대식 한옥으로 구현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부문 한옥분야 대상

진관사 한문화체험관

저층부 필로티·커튼월 등 현대 요소 접목

개방성 높여…위로 갈수록 전통 구조 적용

서울 은평구 진관길 34번지에 위치한 진관사 한문화체험관 전경. 사진 제공=박영채 사진작가서울 은평구 진관길 34번지에 위치한 진관사 한문화체험관 전경. 사진 제공=박영채 사진작가




서울 은평구 한옥마을을 지나 진관사로 향하다 보면 언덕길 초입을 커다란 한옥 한 채가 지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은평한옥마을의 수많은 한옥 중 하나라 해도, 진관사에 속한 불교 시설 중 하나라 해도 이질감이 없는 위치에 자리한 이 건물은 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가 불교·사찰 문화를 다양한 시민에게 소개하기 위해 지은 ‘한문화체험관’이다. 조계종 진관사는 기존의 틀에 머무르지 않고 새 시대에 맞는 종교 시설을 짓고자 했다. 이 같은 의지는 필로티 형식, 커튼월(투명 유리를 사용한 외벽 마감) 등의 현대적 요소가 가미된 현대식 한옥으로 구현됐다.

진관사 한문화체험관 지하 1층 다목적홀에서 공연장 무대 위의 천창을 통해 빛이 쏟아지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박영채 사진작가진관사 한문화체험관 지하 1층 다목적홀에서 공연장 무대 위의 천창을 통해 빛이 쏟아지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박영채 사진작가



설계를 맡은 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는 사회와 소통하는 종교 공간으로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문화체험관을 개방적으로 구성했다. 개방성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외부를 향해 열린 입면이다. 민흘림 콘크리트 기둥의 필로티 형식으로 구성된 지상 1층은 입면에 통유리가 적용돼 누구라도 쉽게 드나들 수 있어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지하 1층의 다목적홀은 대관이 가능해 공연, 강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는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기능을 콘크리트구조와 한옥을 결합한 조형에 자연스럽게, 동시에 사찰의 품격을 해치지 않으면서 통합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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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건축 요소와 전통 목구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도 한문화체험관의 특징이다. 1층이 콘크리트와 필로티로 구성돼 현대적 색채가 짙다면, 사찰 요리 시연 및 전수 공간으로 쓰이는 2층은 전통 목구조를 커튼월로 감싸 투명한 공간을 만들었다. 가장 위쪽의 3층은 명상과 수행을 위한 법당 공간이자 중정 공간인 만큼 전통 한옥의 기법을 지켜 지었다. 주요 공간을 전통 방식으로 구성하는 한편 현대적 공법을 합리적으로 결합한 ‘하이브리드 건축’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와 같은 한문화체험관의 건축 양식과 층별 이용 방식에는 아래에서 위로 오를수록 속세에서 부처님의 영역에 가까워진다는 불교의 세계관이 투영돼 있다.

커튼월로 외부를 감싼 진관사 한문화체험관 2층의 모습. 사진 제공=박영채 사진작가커튼월로 외부를 감싼 진관사 한문화체험관 2층의 모습. 사진 제공=박영채 사진작가


주변 환경과의 조화도 고려했다. 대지를 에워싸고 있는 공용주차장은 북한산의 풍경과 어울리지 않고 인위적인 느낌을 주었다. 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는 이러한 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위엄을 드러내고 주변을 아우를 수 있는 단순한 형상의 건물을 만들고자 했다. 전통 목구조만 고집하지 않고 콘크리트 구조, 유리 등 현대적 요소를 더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건물을 쓰는 동안 다양한 풍경과 분위기를 접할 수 있도록 세심한 내부 설계도 적용했다. 전통목구조에 커튼월을 결합한 2층에서는 안쪽에 한지 폴딩창을 두어 분위기에 따라 밖에서 보이는 풍경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계단실의 창에 설치한 알루미늄 루버(알루미늄 소재의 얇은 창살)는 한옥 처마에 거는 발을 떠오르게 할 뿐 아니라, 번잡한 내부를 가리면서 바깥 풍경을 조용히 안으로 들여오는 역할을 한다. 3층의 중정은 입구부터 정온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바닥 높이를 세밀하게 높여 한 단 올라서게 하고 기둥의 위치를 원래의 구조적 위치에서 옮기는 ‘이주법’으로 개방감을 더했다. 중정 상부에는 아트리움을 덮어 빛을 들이면서 바람이 통하는 반외부 공간이 되도록 했다.

심사단은 한문화체험관에 대해 “3층에 마당을 갖는 ‘ㄷ’자형 법당을 올려놓아 외부에서 내부로, 다시 내부에서 외부를 경험하는 놀라운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도는 우리가 사찰에 진입할 때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해탈문을 거쳐 마침내 법당에 이르는 과정을 한 건물 안에서 수직화시켜놓은 듯하다”고 평가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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