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동안 기침을 한다는 뜻으로 이름 붙여진 급성 전염성 호흡기질환 ‘백일해’ 환자가 지난 한 주 동안에만 무려 1651명이 나와 방역당국이 주의를 당부했다.
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43주(10월 20~26일) 백일해 환자 수는 165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9명) 대비 183배 폭증한 수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백일해는 특히 청소년층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지난주 10~19세 환자는 1096명으로 약 66.3%를 차지했고 0~9세는 368명(22.2%), 40~49세는 47명(2.8%)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백일해는 현재 A형 간염, 결핵, 수두, 장티푸스, 콜레라 등과 함께 법정 감염병 2급으로 분류돼 있다. 백일해에 감염되면 초기엔 콧물, 결막염, 눈물, 경미한 기침, 발열 등의 가벼운 상기도 감염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점차 기침이 심해지며 중기에 접어들면 무호흡, 청색증, 비출혈, 경막하 출혈, 하안검 부종 등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러한 증상은 1~2주 정도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필수 예방접종으로 백일해 백신을 12세까지 6번을 접종하고 있어 중증도와 치명률이 낮다. 다만 1세 미만 영아의 경우 사망률이 높아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백일해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역대급 유행 양상을 보이는 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잠잠하다 올해 들어 환자가 폭발한 것이라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유행 주기로 따지면 지난 2020년에 유행을 하고 지나가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한꺼번에 크게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일해는 보통 3~5년 주기로 유행한다.
또 “코로나19 이후 PCR 검사가 보편화됐고, 이게 실손보험 처리가 되다 보니 바로 검사받는 경우가 늘면서 검출되는 수도 증가하게 됐다”며 “특히 청소년의 경우 학교에서 ‘감염병 예방 대응 매뉴얼’에 따라 증상이 조금만 있어도 등교하지 않고 검사해서 유독 청소년들 환자가 많이 잡히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백일해가 아니지만 검사상 백일해균 감염으로 검출되는 ‘가짜 백일해’가 40~60%라 과도한 불안과 공포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질병청 관계자는 “과거에도 같은 방법으로 검사해왔고, 전 세계 표준으로 검사하기 때문에 올해 환자 수 증가에 변수 요인으로 작용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의한 호흡기 감염병으로 PCR 검사를 통해 ‘IS481’이라는 유전자를 찾아내 진단을 내린다. 하지만 백일해균이 아닌 근연종에도 같은 유전자가 발견된다. 또 홈자이균도 PCR 검사를 하면 백일해로 진단된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추가로 분석하면 구분이 되지만 추가 분석하는 건 민감도가 떨어져서 장단이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홈자이균 같은 경우 백일해와 같은 항생제로 치료하기 때문에 신고 기준을 바꾸지 않고 넓게 신고를 받아 관리하는 게 더 합당하겠다고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자 수가 늘어나다 보면 영아에게 감염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며 “증상이 있다면 빨리 진단하고 치료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