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엑스박스라는 가정용 게임기를 시장에 선보였다. 당시 비디오 게임 시장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의 독무대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조차 ‘플스’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이 무렵 또 다른 게임 기업 닌텐도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지금은 게임업계의 거물로 불리는 레지널드 피서메이다.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는 ‘슈퍼 마리오’ ‘젤다의 전설’ ‘동물의 숲’ 등 전설적인 시리즈를 성공시킨 전 닌텐도 아메리카의 사장 레지널드 피서메이의 경영 회고록이다. 책은 ‘친구에게 보내는 작별인사’로 시작한다. 여기서 친구는 2015년 암으로 작고한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의 네 번째 CEO다. 그는 2003년 레지널드를 닌텐도 아메리카의 영업·마케팅 최고 책임자 자리에 앉혔고, 두 사람은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환상의 콤비가 된다.
레지널드는 이와타와 진행한 면접에서 그에게 “(게임 시장에서) 닌텐도는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냐고 묻는다. 이와타는 레지널드에게 “우리가 제안한 자리를 받아들이고 우리의 혁신을 지켜봐달라”고 대답한다. 닌텐도DS와 스위치 등 전세계를 사로잡은 닌텐도의 게임 기기는 이렇게 ‘자신감’과 ‘자신감’이 만나 일궈낸 결과물이었다.
그렇다고 책이 레지널드의 사적인 일화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책 곳곳에 ‘혁신을 위한 핵심’이라는 제목으로 현직 및 예비 마케터,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중대한 조언을 남긴다.
조언은 무척 현실적이다. 이를테면 그는 “어려운 질문을 던지기 제일 적절한 순간은 입사 제안을 받고 면접을 볼 때"라며 “(면접관에게) 예리한 질문을 던지고, 상대방의 답변을 평가하라”고 말한다. 언뜻 보면 말이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직장에서 중간 관리자 이상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만한 중요한 조언이다. “비즈니스 관계는 어색하고 불편하게 시작되기도 하지만, 그럴 때는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관계를 개선하라”는 조언도 눈여겨볼 만하다.
혁신의 전제는 역시 도전이다. 그는 책의 말미에서 “우리가 살며 일하는 시대는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며 “과거의 사고방식만 고수한다면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어 “파괴적 혁신은 획기적인 발상을 낳고 문제를 더욱 더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길을 열어준다”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