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예산안 처리 시한 D-30, 선심 사업·늑장 처리 구태 끝내라


여야가 지난달 31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총 667조 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 토론회, 김건희 여사, 검찰 특활비 등 3대 관련 예산에서 6조 원가량을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자살 예방 등의 사업마저 ‘김건희 예산’이라는 딱지를 붙여 정쟁화하고 있다. 거대 야당은 정부 예산안을 칼질한 뒤 지역화폐 발행, 재생에너지 기반 확충 등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을 증액하려 하고 있다. 정부에 예산 편성권을 부여하고 정부 동의 없는 국회의 예산 증액과 비목 설치를 금지한 헌법 54조·57조 규정 등을 무시한 의회 폭주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예산안 의결 법정 기한(12월 2일)이 지나도 내년도 정부 예산안 및 예산 부수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 않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단독으로 의결했다. 자동 부의 제도가 폐지된다면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새해 예산 집행이 차질을 빚게 된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이 뻔한 데도 예산안을 볼모로 삼아 여야 협상 막판에 이 대표의 선심 예산을 끼워넣기 위한 속셈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선거를 위해 혈세로 생색내려는 것”이라며 거대 야당의 예산안 폭주를 저지할 태세다. 이번 달 이 대표 관련 재판의 1심 선고 등으로 여야의 극한 충돌까지 예고되면서 법정 기한 내 내년 예산안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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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안보 환경은 복합 위기 우려가 나올 정도로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방파제 쌓기가 시급한 데도 2년 연속 수십조 원의 세수 펑크를 기록하면서 정부의 재정 집행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 국회가 정쟁으로 예산안을 늑장 처리하게 되면 경제·민생 살리기가 어렵게 되고 국민·기업들의 피해만 커지게 된다.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할 때 현금 살포 포퓰리즘 사업이 아니라 건전 재정 유지와 미래 첨단산업 육성, 취약층 지원 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여야 주고받기식 선심 예산 담합과 실세 정치인들의 지역 사업 관련 ‘쪽지 예산’ 등의 구태도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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