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당국이 대학 교재에서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변방’ 역사로 서술하는 등 역사 왜곡 움직임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느 지적이 나온다.
4일 역사학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올해 3월 보급한 ‘중화민족 공동체 개론’은 고구려 관련 내용에서 중화민족 공동체라는 관점을 바탕으로 고구려를 ‘변방 정권’으로 치부하고 중국 역사에 귀속시키려는 듯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에서는 “(당나라 시기) 동북방에는 고구려, 발해 등 변방 정권이 연속해 있었다”며 “그들은 모두 한문·한자를 썼고 역대 중앙(중국) 왕조의 책봉을 받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어 “중원과 동북 각 족군(族群) 문화의 영향을 받아 고구려의 세력이 장대해졌다”거나 “고구려 고분 벽화에 선명한 중화문화의 각인이 다수 남아있다”고 적었다. ‘중화민족 공동체 개론’은 중국 내 소수민족 관련 정책이나 문제를 관할하는 국가민족사무위원회가 주축이 돼 2021년부터 집필진을 꾸렸으며 지난해 말 최종 발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이 투영된 개론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굉장한 공력을 기울여 만든 자료이며 민족 융합이라는 관점에서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교묘하게 다룬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기환 서울교대 명예교수는 “기존의 동북공정은 중국 영토 안에 있는 역사를 편입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문명론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비판했다.
중국 근현대사 전공자인 오병수 동국대 연구교수는 “(중화민족 공동체의) 문명이나 문화를 근거로 주변국을 위계적 관계로 파악하는 게 핵심”이라며 중화민족 중심의 시각이 특히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냈다.
오 교수는 “2010년대 이후 중국에서 민족을 이용한 정치가 이뤄지는 점에는 주목하지만, 구체적인 이론 체계나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정책 등은 향후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