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英 보수당 새 대표에 ‘첫 흑인여성’ 베이드녹

7월 최악참패 딛고 당 재건 소임

"인종에 대한 놀라운 변화" 평가

영국 보수당의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케미 베이드녹. EPA연합뉴스영국 보수당의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케미 베이드녹. EPA연합뉴스




영국 보수당 새 대표에 케미 베이드녹(44) 전 기업통상부 장관이 선출됐다. 영국 주요 정당에서 처음으로 흑인 여성 당수가 탄생했지만 올 7월 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록한 보수당 재건을 위해 그의 앞에 적지 않은 과제가 놓였다는 진단이 나온다.



2일(현지 시간) BBC방송·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베이드녹 대표는 보수당 대표 선출 선거에서 5만 3806표(57%)를 획득해 승리했다. 경쟁을 벌였던 로버트 젠릭(42) 전 내무부 이민담당 부장관은 4만 1388표(43%)를 받아 2위에 머물렀다. 이로써 베이드녹 대표는 영국 주요 정당 중 첫 흑인 여성 당 대표로 올라섰다. 보수당에서 여성이 대표직을 맡은 건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 리즈 트러스에 이은 네 번째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베이드녹의 승리는 보수당과 영국에서 인종에 대해 놀라운 태도 변화를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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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생인 베이드녹 대표는 나이지리아 이민자 부모 밑에서 자랐다. 의사였던 아버지와 생리학 교수였던 어머니와 함께 나이지리아·미국 등에서 생활한 그는 16세에 영국으로 돌아와 서식스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우파 성향 잡지 스펙테이터, 스코틀랜드 왕립은행 등에서 일한 그는 2005년에 보수당에 입당했고 2017년 처음으로 영국 하원에 입성했다. 보리스 존슨 내각에 아동 가족 담당 차관으로 첫 입각했으며 이후 상무장관 등을 역임하며 정치적 체급을 키웠다. 현재는 보수당 내에서도 우파 성향이 짙은 인물로 꼽힌다.

40대 베이드녹 대표는 보수당 재건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현지 언론들은 수년간에 걸쳐 당내 분열과 각종 스캔들, 경제적 혼란 등으로 무너진 보수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짚고 있다. 보수당은 앞서 7월 총선에서 650석 중 12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역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록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4세의 베이드녹 대표는 365명이었던 의원 수가 121명으로 줄어든 보수당을 다시 집권시키기 위해 힘든 길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드녹 대표는 당에 쇄신을 주문했다. 그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솔직해야 한다”면서 “이제 진실을 말하고, 우리의 원칙을 옹호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우리의 정치와 생각을 재설정하고, 우리 당과 국가를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업무에 착수하고 쇄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보수당이 처한 상황은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많다. NYT는 “노동당의 의석 규모를 감안할 때 베이드녹이 야당 대표로서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면서 “영국에서 야당 대표라는 자리는 권력 부족과 줄어든 언론 관심으로 때로는 영국 정계에서 최악의 자리로도 묘사된다”고 꼬집었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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