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 현상) 극복을 위해 출시한 ‘코리아밸류업지수’의 초반 한 달 수익률이 고려아연(010130) 등 경영권 분쟁기업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주주환원 확대, 자본효율성 제고라는 밸류업지수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해당 기업들은 추후 편입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밸류업지수는 첫 공개된 지난 9월 30일 이후 10월 31일까지 3.57% 하락해 같은 기간 코스피(-3.53%) 수익률을 소폭 밑돌았다. 코스피200(-4.13%), 코스피100(-4.32%)보다는 양호했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0.03%), 나스닥(0.14%)보다는 낮았다.
개별 종목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지수 내 시가총액 상위종목인 삼성전자(005930)(-3.74%), 현대차(005380)(-11.89%), 셀트리온(068270)(-6.60%) 등 코스피 상장사들이 부진했다. 100개 종목 중 상승한 곳은 31곳에 그쳤다. 밸류업 종목 10개 중 7개는 지수 발표 후 되레 하락한 셈이다.
그나마도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이 아닌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기업이 적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당 기간 중 밸류업지수 내 상승률 1위는 45% 이상 급등한 고려아연이 차지했고 2위 역시 경영권 승계 이슈가 있는 동서(39.24%)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2조 5000억 원 규모의 일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가 급등락세를 보였다. 앞서 주주환원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했지만, 공개매수가보다 낮은 주당 67만 원에 유증해 차입금을 상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사실상 최윤범 회장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일반 주주들의 돈으로 빚 갚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이에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고 지난달 31일 기준 주가는 고점(154만 3000원) 대비 35.53% 급락했다. 밸류업지수 내 비중이 8번째로 큰 탓에 고려아연의 주가 급등락은 지수 전체의 변동성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주주가치 훼손하고 밸류업 취지를 훼손한 경영권 분쟁기업들은 추후 밸류업 편입 종목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회사의 주인이 전체 주주라고 생각한다면 (유증은)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이라며 ‘시장교란행위’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증권업계의 또다른 관계자 역시 “경영권 분쟁에서 일반주주들의 이해관계는 무시하고 대주주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 사례”라며 “이런 기업들은 밸류업 지수에서 제외하는 게 타당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래소는 연말 밸류업지수의 특별 리밸런싱(구성종목 변경·비중 조정)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