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야생동물 거래 적발을 위해 ‘거대한 쥐’를 활용하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해외 매체 브이엔익스프레스는 최근 아프리카 거대 주머니쥐(Cricetomys ansorgei)를 활용해 상아, 코뿔소 뿔, 아프리카 흑단목, 천산갑 비늘 등 불법 거래되는 야생동물을 탐지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프런티어스 인 컨서베이션 사이언스(Frontiers in Conservation Science)에 게재됐다.
미국, 벨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 공동 연구진은 "이 쥐들은 후각이 매우 예민하고 다양한 냄새를 구별할 수 있으며 좁은 공간도 탐색할 수 있다"며 "이전에도 폭발물과 결핵균 탐지 훈련에 성공한 바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1마리의 쥐를 훈련시켰다. 먼저 목표물의 냄새를 몇 초 동안 맡도록 교육했다. 이어 밀수업자들이 탐지기를 속이기 위해 사용하는 커피콩이나 세제 같은 위장 냄새와 목표물 냄새를 구별하도록 했다.
특히 5~8개월간 접촉하지 않은 후에도 목표 냄새를 기억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훈련이 끝날 무렵에는 8마리가 최고의 탐지 전문가가 됐다. 146가지의 비목표 냄새 속에서도 4가지 목표 냄새를 모두 식별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실험실 환경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실제 현장 배치를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특수 기능성 조끼를 개발했다. 조끼에는 작은 볼이 부착돼 있어 쥐가 목표 냄새를 감지하면 볼을 당겨 신호음을 내도록 설계됐다.
하버드의대 케이트 웨브 박사는 "이 기능성 조끼는 항구 등 다양한 환경에서 야생동물 밀수 탐지에 활용될 수 있는 훌륭한 하드웨어 개발 사례"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같은 종의 다양한 표본과 각기 다른 농도의 시료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야생동물 불법 거래 근절을 위한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쥐의 뛰어난 후각 능력과 훈련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